◇최경환 부총리와 기획재정부 간부들이 23일 새누리당에 경제정책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News1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지난해 추경편성에 버금가는 재정을 투입하겠다"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무려 41조원 규모의 확장적 거시정책을 내 놓았다.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이 세수부족에 따른 세입경정 12조원을 빼면 5조원 안팎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히 어마어마한 규모다.
그러나 그 내용을 들어다 보면 규모의 진실성에 의문을 감출 수 없다.
당연히 써야할 돈을 쓰겠다는 재정집행률 상향, 그리고 기금과 정책금융지원을 좀 더 늘려 잡은 것을 적극적이고 과감한 재정정책으로 볼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른바 확장적 거시경제정책으로 묶어 숫자만 부풀린 모양새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재정상황상 추경편성도 불가능했지만, 실세 부총리 조차 딱히 확장적으로 내 놓을 재정적 묘책이 없었던 셈이다.
◇숫자만 확장적..재정운용원칙도 거슬러
24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내수활성화를 위해 하반기 중에 11조7000억원 규모의 재정을 보강하고, 29조원 규모의 금융지원책을 펼친다. 단순 합계로만 40조7000억원이다.
문제는 내용이다. 실세 부총리의 부임에 걸맞는 획기적인 내용을 정책방향에 담으려다 보니 무리수가 적지 않게 포함됐다.
11조7000억원 규모의 재정정책을 뜯어보면 주택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 등 기금운용계획의 변경, 그리고 재정집행률을 전년도보다 0.5% 포인트 올리는 내용이 핵심이다.
기금은 세입세출예산에 구애받지 않고 운용되는 특정목적의 자금인데,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하는데 따른 부작용이 불가피하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작성한 올해 기금운용계획을 보면 재정효율성 제고를 위해 기금사업에 대한 강력한 세출구조조정을 실시하도록 돼 있다.
특히 모든 기금사업에 대해 타당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도록 할 정도로 긴축운용한다는게 기금운용계획의 원칙이었던 것.
그러나 정부는 이번 정책방향에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해 8조6000억원 규모의 재정을 보강하겠다는 계획을 포함시켰다. 지속적인 세출구조조정을 통한 기금의 건전성 확보라는 원칙을 스스로 어긴 셈이다.
재정집행률 제고를 통해 조달하겠다는 2조8000억원 규모의 재정보강책에도 헛점이 보인다.
재정집행률은 불용예산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매년 최고 수준으로 관리하도록 해야하는데, 이번에 설정한 정부의 올해 재정집행률 제고 목표치는 '과감하고 공격적'이라는 정책방향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올해 재정집행률을 지난해보다 0.5%p 높은 96.6%로 관리해 집행액을 지난해보다 약 2조8000억원 확대하겠다고 밝혔으나 비교대상이 된 지난해 집행률 자체가 평년보다 높지 않았다는 점은 맹점이다.
중앙과 공공기관의 재정집행률 추이를 보면 2009년 100.8%에서 2010년 95.1%로 떨어졌다가 2011년 97.1%, 2012년 97.7%까지 올랐으며 2013년에는 96.1%로 다시 떨어졌다. 정부는 이 96.1%의 수치를 비교대상으로 해서 0.5%포인트를 향상시킨다는 내용을 이른바 확장적 재정정책의 일환으로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최상의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 재정집행률을 뭔가 새로운 정책인양 홍보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러고도 정부는 이번에 12조원 규모의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해 경제성장률도 0.1%포인트 올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확장적 거시정책에 포함된 29조원 규모의 금융지원 확대방안 역시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다.
정책금융은 중앙정부가 이자의 일부를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운용되는데 이를 확대할 경우 정부의 이자부담이 늘게된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정책금융 확대를 통해 얼마만큼의 정부부담이 증대되는지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밝혔던 외평기금을 통한 외화대출제도도 미화 50억달러, 우리돈 5조원 수준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외평기금의 운용목적에 어긋난다는 문제가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올초 정부의 외화대출제도와 관련해 "외화대출제도는 외국환거래법에 규정된 외평기금의 운용목적과 다른 용도로 기금을 운용하는 것"이라며 법적인 근거가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예산정책처는 특히 "외화대출에 따른 비용이 외평기금에 전가될 가능성도 있다"며 "대출금리가 외평기금의 조달금리보다 낮게 형성될 경우 또 다른 이차역마진 요인으로 외평기금의 적자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은행의 금융중개지원대출 3조원 확대방안은 정책준비단계에서 빠져있었으나 발표당일 아침에 긴급히 추가돼 혼선을 빚기도 했다.
김철주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기존에 있던 기금증액 등을 하다보니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을수는 있으나 지난해 세출추경이 5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규모면에서는 (재정보강이) 두 배 이상"이라며 "시장에 시그널을 주는 규모로 하겠다는 취지에서 40조원규모를 뽑아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