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정기종기자] SK하이닉스가 2분기 연속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며 창사 이래 최초로 반기 영업이익 2조원을 넘어섰다. 다만 2분기 시장 기대치에 비해 다소 저조한 실적을 내놓으며 주춤했다. D램, 낸드플래시의 평균판매가격(ASP) 하락과 원화강세, 노사협상에 따른 인건비 증가 등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SK하이닉스(000660)는 24일 2분기 매출액 3조9228억원, 영업이익 1조838억원, 순이익 674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2분기보다 0.2%, 영업이익은 2.7% 줄었지만, 직전 분기였던 1분기 대비해서는 매출액은 4.8%, 영업이익은 2.5% 늘어났다.
재무건전성도 개선됐다. SK하이닉스의 2분기말 차입금은 4조1510억원으로 1분기보다 6130억원 줄었다. 순차입금은 5560억원 줄어든 1조700억원을 기록했다. 차입금 비율은 28%, 순차입금 비율은 7%로 1분기보다 각각 6%포인트, 5%포인트 떨어졌다.
◇모바일 D램-낸드 매출 비중 확대..포트폴리오 강화
제품별 매출 비중을 보면, 회사의 주력사업인 D램의 매출 비중이 전분기 80%에서 2분기 78%로 줄어든 반면 낸드플래시의 비중은 19%로 전분기 대비 2%포인트 상승했다. 낸드가 모바일 제품 수요에 힘입어 높은 출하량 상승세를 나타낸 것.
D램 매출에서는 PC D램이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했고 모바일 D램 비중이 상승해 포트폴리오가 강화된 모양새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2분기 전체 D램 매출에서 PC D램의 비중이 35%수준으로 줄었고, 모바일 D램의 비중이 약 30%를 기록했다.
낸드플래시 사업의 경우 높은 출하량을 기록했지만 2분기 초반까지 지속된 급격한 가격 하락세로 인해 오히려 이익폭은 축소됐다. 전분기 대비 출하량이 무려 54% 증가했지만 평균판매가격이 19% 급락하면서 이익률이 떨어졌다.
법인세 상승과 전환사채(CB) 평가손실 등으로 영업외 비용이 늘면서 당기순이익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2분기 당기순이익은 674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8.8% 낮아졌다. 특히 외화 CB 5억달러에 대한 전환옵션 평가손실로 2200억원이 반영됐다.
김준호 코퍼레이트센터장(사장)은 "법인세의 경우 지난해에는 이월결손금이 있어 상당히 낮은 수준이었지만 올해부터 이월결손금이 모두 소진돼 정상적인 법인세를 내게 됐다"며 "2분기 법인세는 1840억원이고, 향후 분기에도 세전이익의 약 18~20% 범위 내 법인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사업장 전경.(사진=SK하이닉스)
◇마진 떨어지는 낸드.."SSD, TLC는 내년부터 본격화"
SK하이닉스는 3분기에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수급 안정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주력 분야인 D램과 달리 수익성 문제를 겪고 있는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기술적으로 삼성전자, 도시바와의 격차를 좁히는 것이 선결과제로 지목된다. 또 걸음마 단계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부문에서도 가시적 성과가 필요한 상황이다.
3분기 D램 시장은 각종 모바일 제품의 신제품 출시와 함께 당초 예상과 달리 PC D램 수요 역시 강세를 나타내고 있어 여전히 공급자에게 유리한 시장 조건이 형성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중국 LTE(롱텀에볼루션) 통신시장이 3분기부터 확대될 전망이어서 견조한 수급을 뒷받침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3분기부터는 20나노 중반대(2y) 공정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세계 D램 시장 1위인 삼성전자와 미세공정 경쟁을 벌이고 있는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2y 공정이 조기에 안정화될수록 유리한 상황. 삼성전자의 경우 20나노 초반대 공정으로 앞서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주력 라인은 20나노 중반대다.
낸드 부문은 전망은 다소 불투명하다.
삼성전자(005930), 도시바, 마이크론 등에 비해 다소 약세인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수익성 강화를 위해 SSD 매출 확대와 트리플레벨셀(TLC) 공정 도입이 필요하다.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낸드 가격이 떨어지는 동시에 SSD 대중화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낸드 제조업체들의 SSD 사업은 거의 필수화됐다"며 "낸드 단품만 판매하는 사업 모델로는 성장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는 내년부터 SSD 사업과 TLC 매출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열린 2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SSD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 이후 SSD 사업 비중을 크게 확장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최근 PC와 노트북에 들어가는 SSD 사업을 시작됐고, 향후 서버용 SSD 사업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