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욱의 가요별점)아이돌의 러브송, 블락비 너 말곤 전부 평범해

입력 : 2014-07-24 오후 3:12:28
◇새 앨범을 발표한 그룹 블락비. (사진=세븐시즌스)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여러 분야를 보면 '악동'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있죠. 축구로 치면 이탈리아의 마리오 발로텔리나 우루과이의 루이스 수아레스 같은 선수들이 이런 케이스입니다. 악동이란 말엔 사실 좀 부정적인 의미가 포함돼 있는데요. 기존의 질서를 깨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보통 악동이란 이름을 붙입니다.
 
아이돌계에도 악동이라고 불리는 팀이 있습니다. 바로 블락비입니다. 블락비로선 잊고 싶은 기억일 수도 있고 이미 해당 사건에 대해 충분히 사과를 하기도 했지만, 태국에서 진행했던 인터뷰에서의 태도 논란 때분에 한바탕 곤욕을 치른 적도 있었죠.
 
그런데 악동이란 말을 나쁜 의미로만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기존의 틀을 벗어나 자신만의 개성을 보여준다는 긍정적인 의미도 담겨 있으니까요. 블락비는 데뷔 후 지금까지의 무대를 통해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그런 특징은 블락비만의 개성이 담겨 있는 그들의 음악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블락비는 무대 위에서 춤추고 노래부르는 예쁜 인형이라기 보다는 그저 음악을 사랑하는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물론 이런 이미지 때문에 마니아층에게만 사랑 받는 그룹이란 말이 따라붙었던 것도 사실이죠. 그렇기 때문에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아이돌 그룹이라 하기에 어딘가 부족한 부분이 있어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블락비가 24일 새 앨범을 내놨습니다. 그리고 블락비는 이번 앨범을 통해 색다른 변신을 시도했습니다.
 
7명의 악동들은 이번 앨범에서 사랑 노래를 부르면서 사랑스럽고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대중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겠죠. 하지만 재밌는 건 블락비의 사랑 표현이 악동식 표현이라는 겁니다. 블락비는 사랑이라는 똑같은 주제를 두고 다른 아이돌 그룹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내는데요. 그런 점에서 블락만의 색깔을 오히려 더 확실하게 보여주는 앨범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앨범엔 지난해 발표해 인기를 끌었던 노래 'Very Good'의 또 다른 버전과 수록곡인 '잭팟'(Jackpot)의 연주곡을 포함해 총 6곡이 실려 있습니다.
 
1번 트랙의 ‘보기 드문 여자’는 블락비가 이번 앨범을 통해 시도한 변신을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노래입니다. 달콤한 멜로디를 더 달콤하게 표현해내는 블락비의 보컬이 인상적입니다. 블락비가 사랑에 대해 어떻게 표현했는지 한번 볼까요?
 
"사람이 그렇게 매력 있음 못 써요. 정도껏 하세요. 예쁜 건 넌데 왜 내가 피곤한 거죠. You're not an ordinary girl. 보기 드문 여자인 걸"이라는 후렴구나 "도톰한 입술과 잘록한 허리라인 대체 눈을 어디다 둬야 될지 몰라서 I lose my mind 웃지마, 네가 누군지 말해 Tell me what your name, now"와 같은 표현은 아이돌 노래라기 보다는 힙합 뮤지션들의 노래에 좀 더 어울리는 느낌을 줍니다. 힙합을 기반으로 한 음악을 하는 아이돌다운 표현인데요. 다른 아이돌들의 사랑 표현에 비해 블락비의 악동식 사랑 표현은 좀 더 직설적이고, 과감합니다.
 
 
타이틀곡은 2번 트랙에 담긴 ‘HER’(헐)입니다. 이 노래 역시 러브송인데요. 이 노래의 표현도 재밌습니다. "Jesus 무슨 말이 필요해. 모두 널 작품이라고 불러. Just a little bit of you 격하게 아껴 Baby ye ye"라는 가사의 도입부와 "아찔하게 뻗은 곡선. 난 바로 기절 I need suction 무작정 부담 주는 멍청이들 사이에 넌 빈틈없는 Boxer 나의 Olivia Hussey 능력이 있어도 허세는 없는 그 성품과 적절한 볼륨감 I wanna hug and kisses"와 같은 표현이 평범하지 않습니다. 곡의 흐름과 멤버들의 목소리도 개성이 있습니다. 이 노래에서 블락비는 "Her! 어어! 너 말곤 전부 평범해"라고 한 여인에게 말을 하는데요. 사실 블락비에게 해주고 싶은 말입니다. 아이돌들의 사랑 노래, 블락비 말곤 다 평범합니다.
 
지코의 랩 파트도 언급을 안 할 수가 없네요. 물론 지코를 우리나라 넘버원 랩퍼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겠죠. 하지만 지코는 이 노래를 통해 자신이 아이돌 중 넘버원 랩퍼라는 것을 증명해 보입니다. 랩 실력을 평가하는데 있어 작사 능력이나 플로우, 음색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겠지만, 적어도 랩핑 자체만 놓고 보면 지코가 우리나라 아이돌들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아이돌 그룹의 노래에서 이 정도의 랩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반갑네요.
 
블락비의 리더인 지코는 이번 앨범의 프로듀싱을 맡았는데요. 한 곡을 뺀 나머지 모든 곡의 작사, 작곡, 편곡에 참여를 했습니다. 아이돌들 중 작곡이나 프로듀싱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가수들이 몇 있는데요. 지코는 이번 앨범을 통해 확실한 자기 색깔과 프로듀서로서의 경쟁력을 보여줍니다.
 
3번 트랙에는 블락비의 메인 보컬인 태일의 솔로곡 ‘이제 날 안아요’가 수록됐습니다. 앨범의 흐름상 어찌 보면 조금 생뚱맞게 들릴 수도 있을 것 같은 곡입니다. 흥겨운 분위기의 노래들이 주를 이룬 앨범에 차분한 발라드곡이 포함돼 있다는 것도 그렇고, 다른 아이돌과 차별화된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 블락비가 내놓은 상당히 전형적인 형식의 발라드곡이란 점도 그렇습니다. "이제 눈을 감아요. 손을 내밀어 봐요. 그댈 위해 준비한 내마음을 받아요. 화려하진 않아도 영원히 그대를 지켜줄 반지를 선물할게요. 눈을 떠 바라보아요"란 가사도 어디선가 들어본 전형적인 발라드곡의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악동 블락비가 이런 스타일의 음악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노래가 특별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인상적인 보컬 실력을 보여주는 태일은 솔로 발라드 가수로서의 경쟁력을 보여줍니다. 태일은 지난 2012년 발표됐던 블락비의 정규 1집에 수록된 노래 '넌 어디에'를 통해 이미 솔로곡을 선보인 적이 있었죠.
 
 
4번 트랙엔 선공개됐던 노래인 ‘잭팟’이 있습니다. 선공개 후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었는데요. 이번 수록곡 중 블락비의 개성과 매력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느 곡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힘이 넘치는 곡의 분위기와 거침 없는 느낌의 창법이 블락비의 악동 이미지와 딱 어울립니다.
 
지난 4월 컴백 예정이었던 블락비는 세월호 침몰 사고가 벌어진 뒤 피해자에 대한 애도의 뜻을 전하면서 앨범 발매를 연기했었죠. 언제나 쾌활하게만 보였던 악동들의 속 깊은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이번 앨범을 통해 자신들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 것 같습니다. 아이돌계의 악동답게 기존의 틀을 부숴나가면서 자신들만의 음악을 하는 블락비의 활약을 기대해봅니다.
 
< 블락비 미니 4집 'HER' >
대중성 ★★★★☆
음악성 ★★★★☆
실험성 ★★★☆☆
한줄평: 매력적인 악동식 사랑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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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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