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을 '야권연대' 극적 타결 '47시간'..어떤 일 있었나

단일화 방식 두고 '엎치락뒤치락'..결렬 직전까지
기동민 사퇴 결단으로 사실상 '당대당' 단일화 성사

입력 : 2014-07-25 오후 3:04:14
[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24일 극적으로 성사된 동작을 7.30재보선 야권후보 단일화는 22일 저녁 노회찬 정의당 후보의 전격적인 단일화 제안으로 본격적인 서막을 알렸다.
 
노 후보는 기동민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향해 '24일까지 단일화가 성사되지 않으면 후보직을 사퇴하고 기 후보를 지지하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그러나 협상은 지지부진했다. 오히려 양 측이 감정싸움의 양상으로 치달으며 '아름답지 못한 단일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 지속적으로 전개됐다.
 
◇기동민 '담판, 노회찬 '여론조사' 고수
 
걸림돌은 단일후보 결정방식이었다.  노 후보의 제안으로 두 사람은 22일 자정 직후, 모처에서 비공개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노 후보는 단일화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그러나 기 전 후보는 여론조사 방식에 난색을 표하며 '후보 간 담판'을 제안했다. 회동은 결국 성과 없이 끝났다.
 
다음날인 23일 오전, 기 전 후보는 이날 열린 TV토론에 앞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직접 만나 충분하게 얘기를 듣겠다"며 노 후보의 제안을 수용하는 듯 했다.
 
그러나 "현실적인 다른 방법이 없다면 신뢰라는 무기로 답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담판'방식을 재요구 한 것이다.
 
그 직후 노 후보는 기 전 후보가 '담판'을 재차 재의했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한 채 "수용의사 발표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 전 후보 발언의 진의를 알아챈 뒤에는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며 자신의 여론조사 제안을 받아들이라고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노 후보는 밤사이 기 전 후보와 만남을 가졌다는 것을 일방적으로 공개해, 기 전 후보 측 관계자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두 사람은 TV토론 후인 오후 서울 사당동 노회찬 선거캠프 인근의 한 카페에서 단일화를 위한 회동을 가졌다.
 
◇7.30재보선 동작을 기동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와 노회찬 정의당 후보가 지난 23일 오후 회동을 갖기위해 서울 동작구의 한 카페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News1
 
이 회동은 양측이 당초 비공개로 진행하기로 합의했지만 노 후보 측이 장소를 언론에 공개하자, 기 전 후보 측은 불편한 기색을 내보였다. 기 전 후보를 압박하려는 그림을 연출하려 한다는 의심의 눈초리가 역력했다.
 
◇회동 공개 두고 기동민-노회찬 신경전
 
두 사람은 결국 1시간여 만에 아무 성과 없이 회동을 마쳤다. 다음 회동 일정조차 잡을 수 없었을 정도로 평행선을 그렸던 회동이었다.
 
몇 시간 뒤, 박원석 정의당 대변인이 기자들과 만나 회동에서 오간 일부 대화를 공개했다. 기 전 후보가 노 후보에게 "선배니까 양보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담판 방식에 대해 "사실상의 떼쓰기"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의 발언에 기 전 후보 측이 발끈했다. 사전에 회동에서 오간 내용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 합의를 어겼다는 것이다. 기 전 후보 측은 여기서 더 나아가 진성준 캠프 선대위 본부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사실상 노 후보의 양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그는 '24일 사퇴' 시한을 못 박은 만큼 결단하는 것이 아름답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진 본부장의 공개적인 요구에, 정의당과 노 후보 측은 경악했다. 노 후보 측은 "'노 후보의 진심을 외면한 몰상식한 발언이다. 노 후보의 선의를 이용해 '시간만 보내자'는 식의 태도가 새정치냐"며 맹비난했다.
 
이 같은 양 측의 감정싸움이 이어지자 '단일화'가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당초 노 후보 측은 24일 아침 9시까지 기 전 후보 측의 전향적인 입장을 요구했다. 여론조사가 가능한 마지노선이기 때문이었다.
 
◇기동민 24일 오전까지 "'여론조사' 안돼"
 
그러나 기 전 후보는 이날 아침 몇몇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선의를 믿어보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여론조사에 대해선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이런 상황에서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가 나섰다. 그는 '동작을'에 한해서만 당 차원에서 논의를 하자고 김한길·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에게 제안했다.
 
그러면서 이를 논의하기 위해 수원에 설치된 천막 상황실까지 찾아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은 즉각적으로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오전 10시 반, 기 전 후보가 직접 노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우선 만나자고 요구했다. 그러나 노 후보는 여론조사 방식이 수용되지 않고, 담판이 아닌 제3의 단일화 방식이 없는 한 만나지 않겠다고 거부했다. 이런 두 사람 간의 통화 내용이 알려지며, 점점 노 후보의 사퇴에 무게가 실렸다.
 
노 후보도 실제 오전 기 전 후보와 입장차가 전혀 좁혀지지 않자, 선거대책본부 회의를 통해 오후 5시30분 후보 사퇴서를 선관위에 제출하고 오후 6시 이를 기자회견을 통해 밝히기로 결정했다.
 
정오가 조금 넘은 시간, 서울 모처에서 김한길 새정치연합 대표와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가 회동을 진행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당대당 논의는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노 후보 사퇴는 점점 기정사실화로 굳어가고 있었다.
 
◇기동민, 안철수 대표 홀로 두고 잠적
 
그런데 기 전 후보가 안철수 대표와 서울 상도동 숭실대 앞에서 유세를 벌이기로 한 오후 2시, 기 전 후보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당 대표가 이미 현장 인근에 도착한 상황에서 후보가 유세현장에 늦는 극히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기 전 후보 캠프 관계자들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기자들의 문의가 쏟아지자 '지역 일정이 있다. 곧 온다'는 식으로 둘러댔지만, 실제로는 캠프 관계자들도 기 전 후보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혹시 사퇴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절대 아니다"며 손사레를 쳤다.
 
이 시각 기 전 후보는 노 후보 측에 전화를 걸었다. 그는 "오후 3시 정도에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저의 최종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함구했다. 
 
노 후보와 통화를 마친 기 전 후보는 민평련계 선배인 유은혜 의원을 통해 3시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 일정을 잡았다. 기 전 후보의 기자회견 일정은 오후 2시40분경 '당 공보실'을 통해 기자들에게 통보됐다.
 
기자회견을 앞두고, 서울 사당동에 있는 노회찬 후보 캠프 사무실에서도 기자회견을 라이브로 시청하기 위해 준비를 했다. 기자들 사이에 퍼진 '사퇴설'을 확인하려 했지만, 캠프 관계자들은 "정말 아는 것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기 전 후보가 기자회견을 통해 "후보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누구도 예상 못한 전격적인 결정이었다. 그는 "노회찬 선배께서 제 몫까지 하셔서 반드시 새누리당을 심판하고 승리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노 후보의 지지까지 선언했다. 기 전 후보는 사퇴가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은 독자적인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기동민 7.30재보선 동작을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지난 24일 오후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후보 사퇴 의사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News1
 
기 전 후보가 사퇴 의사를 표명했지만, 캠프 사무실은 조용했다. 캠프의 한 중요 관계자가 사무실에 있던 사람들에게 자제를 강력히 요구했다. 노 후보 측은 입장을 정리할 내부 논의가 필요하다며 기자들에게 오후 3시30분까지 캠프 밖에서 대기해줄 것을 요구했다.
 
노 후보가 3시54분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에 나섰다. 그는 미리 준비한 기자회견문을 읽어갔다. "새누리당을 심판해달라는 기 후보의 뜻을 그를 대신해 반드시 이루겠다"고 말했다.
 
◇노회찬, 기동민을 김동민으로 읽어
 
노 후보는 기자회견 중 상당히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초반 '기동민' 후보의 이름을 여러차례 '김동민'으로 읽는 실수를 범할 정도였다.
 
기자회견 얼마 후, 노 후보가 기자들을 찾았다. 그는 "기 후보가 동작구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 사퇴 신고를 하고 사무실을 방문하기로 했다. 적극적인 지원활동도 약속했다"고 전했다.
 
오후 5시, 정의당 수뇌부 회의가 여의도 정의당 당사에서 열렸다. 여기엔 경기 수원정(영통)에 출마한 천호선 대표도 참석했다. 자연스레 그의 사퇴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오후 5시50분 국회 정론관에서 천 대표는 후보직을 전격적으로 사퇴했다. 이명박 정부 핵심 인사인 임태희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서라고 그는 설명했다.
 
비슷한 시각, 노회찬 선거캠프 사무실엔 기 전 후보가 오후 6시30분 캠프 사무실을 방문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캠프 인사들은 "기 전 후보가 사무실에 들어오면 우레와 같이 박수를 쳐주자"고 뜻을 모았다.
 
오후 6시30분, 기 전 후보가 친구이자 자신의 선거캠프 선대위 본부장을 지낸 진성준 의원과 함께 노 후보 캠프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앞서 동작구선관위에 들러 후보직을 사퇴서를 제출했다. 캠프 인사들은 약속한대로 큰 박수로 기 전 후보 일행을 맞이했다.
 
그는 노 후보와 포옹을 나눴다. 노 후보는 "이 건물에 입주한 이래로 가장 귀한 분"이라며 기 전 후보를 추켜세웠다. 기 전 후보도 "제가 못다 이룬 꿈 노 후보께서 다 이뤄내주셨으면 좋겠다"며 전폭적인 선거 지원을 약속했다.
 
◇7.30 재보궐선거 동작을 후보직을 사퇴한 기동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지난 24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동 노회찬 정의당 동작을 후보 선거사무소에 지지 방문해 노 후보와 포옹을 나누고 있다.ⓒNews1
 
기 전 후보가 캠프 사무실을 벗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오후7시10분, 수원병(팔달)에 출마한 이정미 정의당 대변인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를 사퇴했다. 그는 "천호선 대표의 결단 무겁게 받아 안아서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이렇게 서울 동작을과 경기 수원병·수원정의 후보가 단일화에 성공했다. 47시간의 진통 끝에 나온 성과다.
 
김한길·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가 '당대당' 논의를 강력 반대해, 당 차원의 논의는 없었지만, 기 전 후보의 사퇴가 최종적으로 '당대당' 단일화 효과로 나타난 것이다.
 
노회찬 후보는 야권의 이런 연쇄적인 단일화에 대해 기 후보가 캠프사무실을 방문했을 당시 "기 후보의 오늘 용단이 마치 나비효과처럼 번졌다"고 기쁨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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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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