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윤경기자] 최근 활기를 띄고 있는 미국 기업들의 조세 회피용 해외 인수합병(M&A)이 헤지펀드들의 구미를 끌어당기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헤지펀드들은 미국 기업의 조세 회피를 위한 해외 M&A로 수혜를 입는 기업들에 수십억 달러를 베팅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50건에 불과했던 조세회피를 위한 M&A 사례는 최근 2년 동안 크게 급증했다. 실제로 현재 거래를 앞두고 있는 미국 기업들의 해외 M&A 건수는 약 12건이며, 가치는 1000억달러를 넘어선다.
이러한 거래는 특히 헬스케어 분야에서 가장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의료장비회사 메드트로닉은 429억달러에 아일랜드 업체 코비디언을 인수하기로 합의했고, 미국 제약사인 애브비도 영국 더블린 소재 샤이어의 주식을 540억달러에 전부 사들인 후 법률 상 기업주소를 영국으로 옮기기로 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조세회피용 M&A 행진은 최소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이는 헤지펀드들에게 큰 수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M&A를 전후로 기업의 주가 변동 이벤트를 적극 활용하는 헤지펀드들의 '이벤트드리븐' 전략이 잘 맞아 떨어질 것이라는 평가다.
◇아일랜드·영국 소재 헬스케어 기업 주가 상승률 변동 추이
(자료=S&P캐피탈IQ·월스트리트저널)
S&P캐피탈IQ에 따르면, 아일랜드와 영국에 기반한 시가총액 5억달러 이상의 헬스케어 기업 23곳의 주가는 지난 12개월 동안 82%나 급등했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의 상승률이 17%인 점을 감안하면 크게 오른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가운데 아일랜드의 샤이어, 코비디엔, 말린크로트 등 3곳은 이미 M&A 거래가 성사됐다.
제이콥 고트립 비지엄자산운용 창업자는 "헤지펀드들이 주로 헬스케어 부문 주식에 집중하고 있다"며 "지난 몇 년간 조세회피용 M&A가 급증하면서 보유하고 있는 관련 주식의 가격 역시 급등했다"고 말했다.
테드 첸 워터아일랜드캐피탈 포트폴리오 매니저도 "뉴욕의 많은 펀드들이 미국 기업들의 해외 투자로 수혜를 볼 만한 주식을 찾고 있다"며 "이는 대세가 자리잡았다"고 평가했다.
헤지펀드 시장 조사업체 HFR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이벤트드리븐 전략을 활용하는 헤지펀드들의 평균 수익률은 4%를 넘어서 전반적인 주식 펀드 성적을 상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