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 Talk)일하는 50대 엄마..못하는 30대 엄마

50대 엄마 일터로..30대 엄마는 집으로
"일·가정 양립 환경 조성돼야"

입력 : 2014-07-28 오후 4:39:23
[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임신영(32세·가명) 씨는 출산을 1개월 앞두고 출산전후 휴가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출산휴가는 3개월 쓸 수 있으므로 육아휴직 1년을 추가로 사용해 총 15개월을 육아에 전념할 계획입니다. 문제는 그런 다음에 '애는 누가 키우느냐'는 겁니다. 임 씨는 친정어머니께 육아를 부탁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임 씨의 어머니 정고용(58세·가명)씨가 딸의 부탁을 거절하면서 임씨의 계획이 틀어졌습니다. 정씨가 얼마 전부터 아파트 계단 청소 일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정씨의 남편인 임전무(60세·가명)씨가 직장에서 퇴직한 뒤 시작한 소규모 사업이 실패로 돌아갔고, 괜찮은 일자리도 다시 찾지 못해 어쩔 수 없다는 겁니다.
 
이처럼 50대 엄마는 일터로 나가고 30대 엄마는 집으로 돌아오는 떠나는 현상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최신 통계를 볼까요. 지난달 기준 50대 여성 인구 393만2000명 가운데 240만6000명이 취업 상태입니다. 반면, 30대 여성은 전체 380만1000명 중 215만6000명만 취업했습니다. 이에 따라 30대 여성의 고용률은 56.7%로 50대 여성의 61.2%보다 4.5%포인트(p) 낮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 여성의 고용률은 20대에 절정을 이룬 뒤 30대에 출산과 육아 등으로 급락했다가 이후 점점 높아지는 엠(M)자 형을 이룬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최근에는 5060 세대의 취업률이 2030 세대를 앞지르면서 이런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지난 2분기 60세 이상 취업자가 20대를 처음 앞질렀습니다. 지난 1분기에는 50대 취업자 수가 30대를 처음으로 추월했죠.
 
이런 상황은 임 씨처럼 부모에게 자녀 양육을 부탁하는 맞벌이 부부에게 큰 타격입니다. 2030 세대는 육아를 부모 세대에게 부탁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보건복지부의 '보육실태조사'를 보면 지난 2012년 맞벌이 부모가 자녀의 조부모에게 양육 도움을 받는 비율이 54.5%에 달했습니다.
 
사정이 이렇지만, 5060 세대도 사정이 어렵다는 겁니다. 이들은 비자발적 조기 은퇴, 노후 준비 미흡, 공적연금 부족 등으로 인해 일터로 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까닭에 젊은 세대가 양육을 부탁할 곳을 잃으면서 출산을 꺼리게 되고, 합계출산율이 1.2명을 넘지 못하는 저출산 문제가 더 심각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5060 세대가 2030 세대를 도와주지 못하는 것만이 육아 문제의 원인은 아닙니다.
 
맞벌이 부부는 과거보다 늘어났으나, 비용 부담이 적으면서 믿고 맡길만한 보육시설이 부족한 문제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의 '저출산 대응을 위한 보육정책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보면 전체 어린이집 중 국·공립 비율은 지난해 기준 5.3%에 불과합니다.
 
김은정 보사연 부연구위원은 "민간시설 중심의 공급체계에서는 보육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프랑스와 북유럽 국가 사례를 보더라도 국·공립 시설 확충이 출산율 제고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국·공립 보육 시설 확충만으로 육아 문제가 해결되긴 어렵습니다. 보육비 지원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이 있겠으나, 일하면서 아이를 돌볼 기회가 늘어난다면 육아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근로시간 단축과 남편 육아휴직 현실화 등 일·가정 양립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저출산·고령화로 인구 감소와 경제활력 위기를 맞은 우리의 숙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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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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