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에 빠진 조선업..조선강국 입지 '흔들'

조선업 3대 지표에 이어 수주금액도 중국에 밀려

입력 : 2014-07-31 오후 2:31:40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세계 1위 조선 강국을 자부했던 한국 조선업이 흔들리고 있다. 엔저를 무기로 부활하고 있는 일본과 차근차근 기술력을 높여가고 있는 중국 사이에 끼면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했다.
 
특히 중국은 자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대규모 자국 물량을 바탕으로 최근 2년 연속 선박 수주량, 건조량, 수주잔량 등 조선업 3대 지표에서 한국을 압도하며 시장 1위로 올라섰다.
 
중국이 급성장하는 사이 한국은 차별화 무기로 고도화된 해양플랜트 사업에 집중했지만, 비싼 수업료만 치르며 고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 3대 조선소로 꼽히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올 상반기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시장에 충격을 안겨줬다.
 
최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중국 조선해양산업의 급속 성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12년과 2013년 2년 연속 선박 수주량, 건조량, 수주잔량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보여주는 3대 지표 모두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중국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수주량 35.0%, 건조량 30.7%, 수주잔량 33.5%였다. 이에 비해 한국은 수주량 30.8%, 건조량 29.7%, 수주잔량 27.9%로 3대 지표 모두 중국에 밀렸다.
 
그동안 줄곧 1위 자리를 유지했던 수주금액도 올 상반기에는 중국에 밀리며 2위로 주저앉았다.
 
해운·조선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조선업계 선박 수주량은 481척, 909만4481CGT로 145억5600만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은 164척, 555만1480CGT로 132억1600만달러에 그쳤다. 한국이 고부가 선종 위주의 수주 전략을 펼치고 있는 사이 중국은 대규모 물량을 앞세워 한국을 넘어선 것이다.
 
적극적인 금융 지원과 노후 선박의 교체 유도 정책, 대규모 자국 물량 수주 등 중국 정부 차원의 강력한 육성 정책이 시장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정부 주도의 육성 정책이 지속되면서 중국 조선산업의 내수 규모는 2000년 214억위안에서 2012년 5342억위안으로 25배 가량 급팽창했다. 특히 지난해 중국의 신조선 발주액은 119억달러로, 127억달러를 기록한 그리스에 이어 2위로 부상했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조선해양산업이 구조조정을 완료하면 질적으로도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며 "차별화되고 고부가가치 기술이 접목된 고품질 제품을 개발해 대응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국 조선업이 조선업 3대 지표에 이어 수주금액도 중국에 밀리면서 세계 1위 조선 강국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DB)
 
뿐만이 아니다. 한국 조선업은 중국과의 차별화를 위해 집중 육성했던 해양플랜트 분야에서도 최근 고전하며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다 조선업 불황기 시절 저가로 수주했던 대규모 프로젝트들이 부메랑이 돼 돌아오면서 실적 하락의 주범으로 작용했다.
 
기초 설계기술과 노하우 부족으로 비용이 증가하면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통상 해양설비의 경우 발주사가 원하는 스펙이 제각각이어서 한 장의 설계도로 여러 척을 생산하는 일반 상선과는 생산 구조가 질적으로 다르다.
 
수주 당시 대부분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며 자랑했지만 결국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하게 된 이유다.
 
일각에서는 세계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응당 겪어야 하는 과정이라는 반론도 있다. 현재 국내 조선업의 효자가 된 고부가 상선 또한 이 같은 과정을 겪고 나서야 독보적인 위치에 오른 것처럼 해양플랜트 또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등 경쟁국에 비해 신규 수주가 줄고 수익성이 악화되는 가운데 해양플랜트로 인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시장에서는 조선업의 위기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 3대 조선소 중 한 곳인 삼성중공업이 대규모 손실 충당금을 실적에 반영하며 1분기 36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는 세계 1위 조선소인 현대중공업이 1조1000억원이 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내면서 시장의 우려는 한층 커졌다. 한때 10%에 육박했던 영업이익률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수주감소로 인한 매출 감소와 더불어 수익성까지 악화되면서 '위기'라는 단어가 다시금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조선3사의 수주액은 147억달러로, 지난해 상반기(274억달러)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에 그쳤다. 이는 조선3사 올해 수주 목표치의 27%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양적인 성장에 이어 최근에는 한국 조선소에 근무했던 퇴직 근로자를 대거 영입하며 질적인 성장도 시도하고 있다"며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 산업에서 기술적 우위를 차지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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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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