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관세청장 인사는 '낙하산' 인사다

입력 : 2014-07-31 오후 6:02:30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사실상의 낙하산 인사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 단행된 차관급 인사에서 신임 관세청장으로 김낙회 세제실장이 임명됐다.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관세청장으로 이동하는 인사구도가 또 다시 반복된 것이다.
 
관세청장 자리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성윤갑 관세청장이 내부승진한 이후 단 한번도 관세공무원이 자리에 올라본 적이 없다.
 
2008년 허용석 청장부터 윤영선, 주영섭, 백운찬, 김낙회 청장까지 모두 5번의 청장인사에서 기재부 세제실장이 똑같은 모습으로 투하되듯 떨어졌다. 이제는 세제실장의 다음 자리는 관세청장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정도로 관행화된 모습이다.
 
이는 이웃한 국세청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국세청의 경우 이명박 정부 시절 국세행정 개혁이 추진되면서 외부인사인 당시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이 깜짝 발탁되긴 했지만, 이후 이현동, 김덕중 국세청장에 이어 이번에 임환수 국세청장 내정자까지 내부에서 국세공무원출신이 승진하는 전통을 굳혀가고 있다.
 
국세청의 경우 청장을 비롯해 고위직의 비리연루사고가 유독 많이 터졌음에도 내부에서의 승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그 업무의 전문성 때문이리라.
 
관세청 역시 전문성이 매우 중요시되는 일을 한다. 수출입과정에서 세금을 거둬들이는 역할도 하지만 통관과 자유무역협정(FTA)업무, 마약과 총기류 등 위해물품의 밀수입 차단 등 국경수비대와 같은 차별화되고 전문적인 영역의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기재부 세제실이 하는 일은 이와는 좀 다르다. 세제실에도 물론 관세정책국이 있어서 관세부분의 법령을 정비하는 역할을 하지만 외환조사나 마약단속 등 사복경찰권이 있는 관세공무원의 업무 상당부분과는 거리가 멀다.
 
기재부가 세제실 내 관세정책관(국장급) 자리를 개방형이나 공모형 직위로 돌려서 세제실이 아닌 다른 부서에 양보해 왔던 것을 보면 오히려 세제실과 관세청은 거리가 더욱 멀어진다.
 
실제로 역대 세제실장 중 관세정책관 경력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다. 주로 소득세와 법인세, 재산세 등 내국세분야에서 업무를 익혔던 과장들이 주무국장을 거쳤고, 이들이 세제실장에 승진해 왔다.
 
사실상 관세분야에 전문성이 없는 사람이 관세분야 최고의 기관장 자리를 빼앗아오고 있는 셈이다.
 
이런 현상은 관세청이 기재부의 산하 외청이라는 역학적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데, 이번 인사 역시 정권 실세인 최경환 부총리 취임 이후 기재부 고위직인사들의 인사적체 문제를 한번에 해결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이런식의 인사는 낙하산 인사로 비난을 받고 있는 공공기관장 인사와 다를 바가 없다.
 
다음번에 또 언제 관세청장 인사가 있을지 모르겠다. 언제가 됐든 그동안 그랬던 것처럼 또 기재부 중심으로 인사가 이뤄진다면 수십년전 재무부시절부터 들었던 '모피아'라는 비판은 그들을 계속해서 따라다닐 것이다.
 
관세행정의 전문성을 그들의 기관장 자리에도 돌려주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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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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