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잘 나가는 국내 화장품, 일본에선 '골골'..왜?

엔저공습 여파에 매출 곤두박질..역성장 '심화'
빠른 실적개선 기대하기 힘들 것 .."중장기 성장 전략 짜야"

입력 : 2014-08-05 오후 4:45:19
[뉴스토마토 김수경기자] 일본에 진출한 국내 화장품 업체들이 깊은 한숨을 토해내고 있다.
 
중국에서 전성기를 누리며 아시아 시장을 점령할 기세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데 반해 유독 일본시장에서만 골골대며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한류 열풍이 주춤한 가운데 일본 내 화장품 업황 부진까지 이어지면서 국내 업체들이 틈새를 파고들기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엔저공습 여파가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엔-원 환율은 지난 5월 1000원선을 하향 이탈한 이후 여전히 1000원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연고점 1057원 대비 급감한 수준에서 여전히 바닥을 찍고 있다.
 
이처럼 지난해부터 시작된 엔저가 장기화 추세로 진행되자 국내 화장품 업체들도 실적에 비상이걸리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역신장 폭이 심화된 탓에 외형확대는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가장 공격적으로 일본사업 확장정책을 펴고 있는 LG생활건강(051900) 역시 상당한 타격이 전해지고 있다. 지난 2012년 일본 화장품 통신판매 업체 '긴자스테파니', 2013년 이너뷰티 업체 '에버라이프에'에 이어 올해는 건강기능식품 업체인 'R&Y'까지 차례로 인수하며 여기에 쏟아 부은 금액만 무려 5200억원이다.
 
하지만 성과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인수 당시보다 매출이 줄어들면서 역성장이 점차 심화되는 추세다. 최근 몇 년간 두 자릿 수 이상의 매출 하락이 이어지면서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인수 업체 합병 등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체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큰 성장을 기대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이 과정에서 엔저 역시 걸림돌이 되면서 일본사업이 자리잡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릴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에버라이프와 긴자스테파니를 통해 일본에서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진행하면서 습득한 경험은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자산이 될 것"이라며 "일본사업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이후 국내와 동남아시장 등으로도 유통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090430) 역시 일본사업이 순탄지만은 않다. 중국이나 아세안 시장에서 매년 두 자릿 수 이상의 폭발적인 매출 성장을 이루고 있지만 일본에서 만큼은 정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손익분기점을 넘어서지 못한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때문에 추가 매장 오픈 등 외형확장 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초점을 맞추면서 현상유지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매장 수를 늘리는 것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점당 매출이 좋은 내실 있는 매장을 갖추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일본 현지 채널의 특성을 반영해 오프라인 보다는 온라인이나 기내 면세점 확장으로 중심을 이동시킬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국내 브랜드숍으로는 처음으로 지난 2006년 일본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미샤 역시 지난해부터 역성장에 시달리고 있다. 매출이 지난 2011년 270억원, 2012년 290억원까지 늘어난 이후 지난해 다시 22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올해 상반기 역시 부진이 이어지면서 당분간 큰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힘든 분위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포화된 국내시장을 벗어나 중화권, 동남아시아 등 해외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브랜드숍들도 일본시장만큼은 피해 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일본에 진출한 업체의 경우 일부 적자매장을 폐점하는가 하면 몇몇 브랜드들은 사업 중단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체들은 일본사업이 위기인 것은 사실이지만 사업을 중단하거나 축소하기보다는제품력을 무기로 중장기적인 공략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중국이나 동남아시장과는 또 다른 성격을 지닌 만큼 이들 지역과는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며 "이전에는 한류 열풍을 활용한 마케팅이 주를 이뤘지만 지금은 이것만으로는 절대 통할 수 없다는 시장이라는 것을 많은 업체들이 시행착오를 통해 깨달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품력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철저한 현지화 전략만이 일본공략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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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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