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전자가 오는 11월 최첨단 반도체 파운드리 공정인 14나노 핀펫(FinFet) 샘플 제품을 내놓는다. 세계 최초로 14나노 공정이 적용된 이번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제품은 퀄컴, 애플, AMD 등 주요 고객사에 전달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 시스템LSI 사업부는 연내 14나노, 20나노 파운드리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다. 램프업(생산량을 늘리는 과정) 시점은 아직 불분명하지만 퀄컴, 애플 등과 최종적으로 파운드리 계약을 맺은 이후인 내년 상반기 내에는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꿈의 미세공정으로 불리는 14나노 핀펫 공정은 소비전력을 줄이고 성능을 높이기 위해 반도체 소자를 3차원 입체 구조로 만드는 기술로, 소자의 게이트 모양이 물고기 지느러미와 흡사해 붙여진 이름이다. 20나노 평면 제품에 비해 최대 35% 소비전력이 줄어들고 성능도 20% 향상된다. 특히 반도체 면적을 최대 15%까지 줄일 수 있어 모바일 기기 제품에 최적이다.
현재 시스템반도체 업계 파운드리 공정은 28나노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28나노 다음 공정으로 꼽히는 20나노 공정의 경우 그동안 막대한 투자를 집행해온 TSMC가 가장 앞서 있다. 앞서 마크 리우 TSMC CEO는 내년 1월부터 20나노 공정을 적용해 제품 양산에 본격 돌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나노 공정을 적용한 제품 양산도 본격화됐다. TSMC는 자일링스와 함께 지난달 업계 최초로 20나노 공정을 적용한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 양산에 돌입했다고 발표했다. TSMC의 고객사 중 하나인 퀄컴도 신제품 스냅드래곤805와 함께 선보인 고비(Gobi) 9X35 통신칩을 20나노 공정에서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적으로 20나노 공정 전환 투자 규모가 작았던 삼성전자 역시 연내 20나노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지만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올해 14, 20나노 양산에 돌입하지만 램프업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며 "올해까지는 28나노가 주력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나노 양산은 TSMC에 비해 생산량 측면에서 크게 뒤지지만 14나노 진입을 서두른 만큼 내년부터는 최첨단 공정 부문에서는 TSMC를 앞지를 것으로 관측된다. 공정전환 로드맵상 20나노를 거치기는 하지만 사실상 '중간계투' 형식에 불과하고 본격적인 물량은 프리미엄급 디바이스에 탑재되는 14나노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올해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 극심한 부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애플이 올해부터 삼성전자에 대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위탁생산 물량을 큰 폭으로 줄이면서 적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증권업계 일각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만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에서 1500억원 규모의 적자가 발생했다.
아울러 현재 파운드리 시장 주력 공정인 28나노 공정에서 대만의 TSMC뿐만 아니라 중국의 SMIC 등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업체들에게 밀리기 시작하면서 부진의 골이 더 깊어졌다. 해당 기업들은 동일한 28나노 웨이퍼에서 삼성을 비롯한 글로벌 파운드리보다 최대 20~30% 저렴한 가격에 물량을 뽑아내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TSMC가 준비해온 20나노 시대를 사실상 건너뛰고 프리미엄급 공정인 14나노 핀핏에서 '승부수'를 띄우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경우 단순히 14나노 공정에 돌입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파운드리와 함께 유례없는 '파운드리 동맹'을 맺으면서 전 세계 파운드리 업체 중 가장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며 "애플, 퀄컴뿐만 아니라 AMD, 엔비디아 등도 두 회사가 갖추게 될 14나노 파운드리 캐파(생산능력)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화성반도체 공장 전경.(사진=삼성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