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유럽연합(EU)의 경제 제재에 발끈한 러시아가 식료품 금수조치에 들어가면서 양측 경제 모두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EU가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2분기 성장률 0.8%..5분기 만에 '최악'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제재로 러시아와 EU가 역풍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이날 러시아 국가통계국은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0.8%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러시아 경제부가 예상한 1.1%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지난 5분기 만에 최저 상승 폭을 기록한 것이기도 하다.
지정학적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기업활동과 외부투자가 위축돼 GDP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또 러시아 인근국 경제가 악화된 것도 러시아 GDP를 갉아 먹는 원인으로 꼽혔다. 러시아가 구소련 연방 출신국인 폴란드나 라트비아 같은 지역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그곳 경제 뿐 아니라 러시아 경제도 함께 하락한 것이다.
여기에 미국과 EU를 대상으로 한 식료품 수입 조치로 기업 간의 거래가 위축되면 러시아와 이웃국 경기는 더 악화될 전망이다.
특히, 핀란드, 폴란드, 체코, 헝가리 등 EU 회원국이면서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들의 손해가 막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반 차카로브 르네상스캐피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발틱국가들과 폴란드 등 러시아 주변부의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며 "이들 국가는 올 하반기에 경기침체를 맞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은 제재를 발동한 당사자인 러시아가 올해 0.2%란 형편없는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에 추산한 3.8%에서 급감한 수치다. 일각에서는 마이너스 성장세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獨, 경기침체 예감..식품 수입 제재로 중소기업 '고전'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도 러시아 식품제재의 후폭풍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독일은 러시아와의 관계에 금이가 엄청난 손실을 경험했는데, 이대로 가다간 올해 안에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
이런 불안감에 불을 지피듯, 시장 전문가들은 오는 14일에 발표되는 독일의 2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0.1%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2012년 이후 최악의 수치다.
독일의 금융그룹 코메르츠뱅크는 독일 경제가 -0.2%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며 더 비관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이처럼 성장률이 뚝 떨어진 이유는 러시아 수출 물량이 줄어든 가운데 기업 활동마저 저하됐기 때문이다.
특히, 미텔슈탄트(mittelstand)들이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텔슈탄트는 독일 경제의 핵심층을 이루는 중간 규모의 기업을 말한다. 몸으로 따지면 독일 경제의 등뼈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러시아 고객들이 떠나자 수요가 대폭 줄어드는 추세다. 수주량이 감소했다는 뜻이다.
독일 중견기업 'MWL아파라트바우'는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지만 최근 들어 온수 탱크나 압력기 같은 제품을 러시아에 거의 팔지 못했다.
라인하르트 웨버 MWL 아파라트바우 판매 수석은 "러시아와 맺은 두건의 계약이 무효가 됐다"며 "주문이 들어온다 해도 독일과 유럽의 정치적 결정 탓에 아무런 거래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버그에 위치한 한 식품 가공처리 회사는 올해 러시아와의 거래에서 1000유로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제는 그럴 수 없게 됐다.
코비아스 바우만 독일상공협회 러시아 담당자는 "중소기업들은 대기업과 달리 고객 기반이 다양하지 못하다"라며 "동유럽권 수출 비중이 높은 중견 기업들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