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전자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의 반도체 사업장 피해자 교섭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반올림측 협상단에 소속된 8명의 피해자 및 가족 중 5명이 우선적 보상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반올림 내부적으로 서로 다른 의견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
13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다섯 시간 가량 진행된 5차 협상이 끝난 뒤 백수현
삼성전자(005930) 커뮤니케이션팀 전무는 "오늘 협상에서는 반올림 가족으로부터 의미있는 새로운 제안이 있었다"며 "현재 협상에서 참여 중 가족이 8명 가운데 5명이 자신들에 대한 보상논의를 우선적으로 하자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무는 "해당 피해자 5명은 자신들에 대한 보상 논의를 기초로 기준을 만들어 다른 분들에게 확대하자고 제안했다"며 "삼성은 첫 협상부터 8명에 대한 보상을 우선 논의하자고 했는데 오늘 5명의 가족들이 삼성측 제안과 맥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세부적 검토가 필요한만큼 다음 협상에서 정확한 답변을 내놓기로 했다.
또 이날 반올림은 그동안 삼성전자가 요구했던 산업재해 신청자 명단을 제출했다. 33명(반올림 협상단 8명 포함)으로 구성된 이 명단에 대해 삼성전자 협상단은 피해자 33명의 소속회사, 질병 종류, 재직기간, 재직 중 업무, 퇴직시기, 발병시기 등 총 여섯가지 기준을 기반으로 보상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반올림이 산업재해 신청자 명단을 공개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이들 중에는 삼성전자 직원이 아니라 협력업체 직원이 포함되는 등 보상 기준과 관련해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산업재해 피해자 33명의 명단을 검토한 이후 추후 산업재해 판단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반올림 측 협상단은 상대적으로 교섭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입장을 내놔 양측 간 온도차를 감지하게 했다. 고 황유미씨의 부친인 황상기씨는 "삼성전자가 사과 문제와 관련해 양보를 하지 않았고 재발방지 대책에 대한 안건에서도 나중에 논의하자고 해 별로 진전된 내용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는 "사업장 안전보건 관리에 대한 종합진단에 대한 부분은 일부분 진전이 있었지만 이것도 추후 더 논의하기로 했다"며 "그동안 삼성에서 요구한 반도체 피해자 명단의 일부(33여명)을 공개했으며 삼성에서 향후 이부분에 대한 피드백을 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삼성전자 측은 이번에 반올림이 제시한 명단이 사실상 산업재해 피해자의 대부분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종란 노무사는 "삼성전자가 제시한 안은 없었고 (매번) 똑같은 주장만 하고 있다"며 "투명한 진단을 위해 독립적인 기관을 제시하라고 공을 넘겼다"고 말했다. 이어 "보상기준을 제대로 설정을 해보자. 어떤 사람들을 대상으로 보상할 것인지에 대해 삼성 측 기준이 제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오는 9월3일 6차 교섭에 나설 예정이다.
◇백수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전무.(사진=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