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의 부동산퍼즐)분양 급증..떠오르는 2007년 '과잉 공급의 덫'

2007년 분양가상한제 시행, 밀어내기식 분양..현재까지 소화불량

입력 : 2014-08-21 오후 1:24:35
[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수도권 부동산시장의 침체 원인은 무엇일까요.
 
글로벌 금융위기? 지방도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먹구름이 몰리긴 마찬가지였지만 오히려 호황기를 누렸죠.
 
반값 아파트인 보금자리주택? 원인 중 하나죠. 저렴한 가격의 보금자리주택을 원하는 수요가 늘며 매매와 민간 아파트를 구입하는 수요가 줄어든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보금자리를 가격 뿐 아니라 공급량이 문제기도 했는데요.
 
공급 문제라고 하면 떠오르는 시기가 있습니다. 2007년인데요.
 
2007년 9월은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건설사들의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기 위해 분양물량을 쏟아내던 시기입니다. 현재 수도권 침체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공급 과잉의 정점을 찍었던 때인데요.
 
분양가상한제는 택지비와 건축비에 업체들의 적정이윤을 더해 분양가를 책정하는 일종의 가격 상한제입니다. 정부가 직접 분양가를 조정하겠다는 것이죠.
 
외환위기 탈출 후 부동산이 급등하고, 고분양가의 신규 분양 아파트가 주택값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고 판단한 정부는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합니다.
 
당연히 민간 건설사는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분양가상한제 적용 이전으로 분양승인을 받고, 일시에 분양물을 뿜어내게 됩니다.
 
밀어내기식으로 쏟아진 아파트들은 결국 수도권 초과공급을 야기합니다. 이듬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며 남아있던 매수세까지 위축, 그 귀했던 집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죠. 보금자리주택은 초과공급의 정점을 찍은 작품으로 풀이되고요.
 
2008년 말 미분양 주택은 16만가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공개된 물량이 16만가구지 건설사가 공개하지 않은 물량까지 합하며 25만가구에 달한다는게 정설일 정도였죠.
 
그런데 최근 당시와 유사한 모습이 감지됩니다. 물론 규제에 의한 밀어내기식 공급이 아닌 오랜만에 찾아온 호기를 놓치지 않기 위한 물량 집중 현상인데요.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올 가을(9~11월) 전국에서는 총 9만5392건이 분양됩니다. 이는 2000년 이후 14년 만에 최대 물량이라고 하는데요.
 
더 우려되는 것은 향후 분양물로 전환될 주택 인허가 물량입니다. 올 1~7월 전국에서는 26만4535가구가 인허가 됐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2.2% 증가한 물량입니다. 수도권도 20.3% 늘었죠.
 
공공이 1만1790가구였던 물량을 228가구로 확 낮췄지만 민간에서 물량이 급증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공급을 줄여 수요와 공급을 적정 수준으로 맞추고, 매수력이 유지될 수 있는 가격을 유지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무색하게도 민간에서는 물량을 뿜어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침소봉대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수도권의 금융위기 이후 장기침체로 공급 감소가 누적돼 왔습니다. 하지만 2007년 99.6%였던 주택보급률은 지난해 말 기준 103.0%까지 올라왔습니다. 과거 보단 적은 공급에도 시장이 공급 초과로 느낄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죠.
 
현재 국토부는 공급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공공물량을 꾸준히 줄이고, 후분양으로 민간 건설사의 주택 공급을 지연시키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오랜만에 찾아온 최고의 호기지만 부동산시장이 또 다시 공급초과의 덫에 빠지지 않을까 견제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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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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