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투아웃제 '허'와 '실'

입력 : 2014-08-26 오후 6:01:47
[뉴스토마토 이지영기자] 제약사들의 오랜 적폐인 리베이트 관행을 규제하는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실시된 지 두 달이 가까워지면서 변화의 흐름 또한 뚜렷해졌다.
 
그간 영업사원에게 실탄을 안겨주며 영업에 치중했던 제약사들은 기존 단순 정량평가(실적 비중이 높음) 방식을 과감하게 버리고, 과정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정성평가를 새롭게 도입하고 있다. 리베이트 적발로 해당 의약품 퇴출과 함께 기업 이미지 추락에 직면할 바에야 차라리 영업 관행을 포기하겠다는 의도다.
 
실제 국내 상위 제약사의 지난달 제네릭(복제약) 처방액은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다. 동아에스티(170900)는 7월 전체 원외처방액이 전년 동월에 비해 12.5% 감소했으며, 대웅제약(069620)(6.1%), 한미약품(128940)(7.1%), 종근당(185750)(2.6%) 등도 원외처방액이 전년 7월 대비 줄어들었다.
 
업계는 리베이트 적발로 건강보험 혜택이 1년 일시 정지되면 해당 의약품은 시장에서 영구 퇴출된다고 보고 있다. 그만큼 제도가 주는 위압감이 상당하다.
 
리베이트 투아웃제는 1억원 이상의 리베이트로 적발되면 해당 의약품의 건강보험 적용을 최대 1년까지 일시 정지시키고, 같은 약이 2회 이상 적발될 때는 건강보험 급여목록에서 제외시키는 제도로, 지난 7월2일 첫 시행됐다.
 
대부분의 대형 제약사들은 공정경쟁자율준수프로그램(CP)을 마련하고 이를 준수하기 위한 활동에 들어갔다. CP규정을 어긴 영업사원에 대해서는 엄격한 인사 조치를 내리고, 공정거래 관련 교육 참여도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다. 의식의 변화 없이는 관행에서 탈피하지 못한다는 나름의 판단이다.
 
동아제약의 경우 기존 실적 중심의 단순 정량평가 방식에서 월간 활동계획 이행 여부, CP규정 준수 여부, 영업활동 중 병의원 방문횟수 등을 중시하는 정성평가로 영업사원 인사고과 방식을 변경했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실적만 평가하다 보면 실적 압박으로 인해 영업사원의 일탈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며 "변경된 평가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교육성적(역량강화), 활동성적(계획-실천에대한 과정평가), 활동모니터링(실적)을 절대 평가키로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중상위권 제약사들은 매출 하락 리스크를 감내하고서라도 정부 규제에 동참하기 위해 공정경쟁자율프로그램을 준수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리베이트 투아웃제 시행 이후 리베이트 제공으로 적발되면 기업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을 뿐만 아니라 시범케이스로 엄격한 규정 적용이 예상되기 때문에 영업사원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소제약사의 입장은 다르다. 리베이트 영업활동을 중단할 경우 발생하는 매출 리스크를 감당해 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생존이 걸린 문제인 만큼 매출 폭락으로 회사 문을 닫느니 부도덕한 기업이 낫지 않냐는 설명이다.
 
리베이트 투아웃제 시행 이후 제약업계가 숨죽이고 당국 눈치만 보고 있는 가운데서도 일부 중소업체는 이를 기회로 역이용하고 있다. 대형 제약사들이 일제히 리베이트를 끊은 현 시점을 영업력을 높일 틈새 기회로 삼겠다는 의도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중하위권 제약사들은 이렇게 죽나 저렇게 죽나 마찬가지라는 심정으로 리베이트 영업을 중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금은 일부 업체에 불과하지만 생존의 위기에 처해 있는 만큼 일정 시간이 지나면 더 많은 업체들이 다시 리베이트의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 중소제약사 관계자는 "중소 제약사의 입지가 축소된 상황에서 리베이트 투아웃제까지 실시돼 우리는 벼랑끝으로 내몰린 상황"이라며 "중소업체의 경우 영업활동 위축에 따른 매출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말했다.
 
신약 개발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싶어도 중소업체의 경우 기본 인프라나 개발비 등 정부의 지원책 없이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처지라는 하소연도 뒤따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업체들이 신약 개발을 위해 막대한 재정부담을 무릅쓰고 연구비를 투자하기에는 위험이 너무 큰 것이 현실"이라며 "이들에 대한 정부의 장기적인 지원과 약가 정책 등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다국계 제약사들은 이번 리베이트 투아웃제 실시를 환영하는 눈치다. 그동안 리베이트 영업 관행으로 쉽사리 영업망을 확보하지 못햇던 이들에게 리바이트 투아웃제 제도는 국내시장의 진입 장벽을 낮춰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판단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외자사들은 한국 시장의 리베이트 영업 관행으로 영업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상당히 힘들었다"며 "이번 제도 시행으로 의사들은 오히려 다국적사 오리지널 제품을 처방할 가능성이 크고, 기술력 없는 중소 제약사들은 자연스레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출처=뉴스토마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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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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