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경기자] 27일 오후 명동 백화점 일대 추석 선물세트 판매존. 백화점과 대형마트 3사가 이번주부터 본격적인 판매전에 돌입한 가운데 초반부터 제품별 희비가 극명히 엇갈렸다.
한우, 수입와인 등 일부 인기품목 코너로만 가격이나 배송을 문의하는 고객들이 몰리면서 청과 등 비인기 제품코너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 모습이 특징적이었다.
과일세트를 판매하는 직원은 "어제 하루종일 10만원대 세트 20개도 채 못 팔았다"며 "제품에 붙어 있는 가격표만 보고 그냥 지나가는 것이 부지기수"라며 한숨을 쉬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과일세트 판매 매대. 다른 코너에 비해 한산한 모습이다.(사진=김수경기자)
올해는 이른 추석 영향으로 출하량이 감소한 탓에 가격이 오르자 과일 선물세트 수요가 크게 떨어진 상태다. 사과 8入, 배 6入짜리 혼합 과일세트에 붙어 있는 가격은 무려 20만원을 호가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청과세트의 경우, 예년에 비해 가격이 다소 오르긴 했지만 5~10% 수준으로 당초 예상만큼 크게 뛰지는 않았다"며 "하지만 추석시즌 전부터 워낙 올해 추석엔 과일 값이 비싸다는 얘기가 많아서인지 지레 겁을 먹고 아예 관심을 두지 않는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일본발 방사능 공포가 퍼지면서 조기 등을 판매하는 수산코너 역시 한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20~30분동안 가격문의 하는 손님 한 명 제대로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전복세트는 오전까지 아예 개시 조차 못했다는 판매사원의 한숨 섞인 답변도 흘러나왔다.
반면 바로 옆에 위치한 정육코너는 활기를 띄었다. 50만원을 넘는 고가 한우세트부터10~20만원대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백화점 3사의 사전 예약판매 결과 공통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품목 1위에 랭크됐던 한우·정육 제품이 본판매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정육세트 판매 코너에서 손님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사진=김수경 기자)
한우세트 판매직원은 "평균 30세트 이상 대량 구매하는 고객들은 15~20만원대 제품을 가장 많이 찾는다"며 "반면 소량 구매 고객들은 50만원대 이상 초고가 세트를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역시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형마트에서도 단연 인기품목 1순위는 정육세트였다. 이전에는 백화점에서 주로 구매가 이루어졌던 것과는 달리 대형마트 한우 품질도 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예년에 비해 부쩍 판매율이 높아졌다.
홈플러스 역삼점을 찾은 A(주부·51)씨는 "과일세트과 한우세트 중 저렴한 상품의 경우, 사실상 가격 차가 거의 나지 않아 이번에는 선물용으로 손색이 없는 한우를 선택하기로 했다"며 "백화점은 너무 부담이 커 차라리 마트에서 고가상품을 고르는 편이 낫겠다 싶어 제품을 살펴보며 비교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한우 선물세트 인기를 반영해 업체들마다 물량을 지난해 대비 거의 두 배 가량 늘려 준비해 놓은 상태다.
GS리테일(007070)은 지난해 추석에 비해 한우 선물세트 종류를 2배 이상 늘린 20여종을 준비해 GS수퍼마켓과 GS25을 통해 선보이고 있다.
김진배 GS리테일 수퍼마켓 축산MD는 "친환경 한우의 인기에 추석 선물세트 종류도 대폭 늘렸다"며 "한우 지정목장을 운영하면서 최상급 품질의 친환경 한우를 알뜰한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가 생활용품 판매 코너도 단체 주문을 하는 고객들을 심심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마트 왕십리점을 찾은 B(사업·45)씨는 "보통은 거래처 선물세트를 3~4만원대에서 주로 골랐는데 올해는 워낙 경기가 좋지 않아 그마저도 여의치가 않다"며 "그렇다고 건너뛸 수도 없는 형편이어서 1~2만원대 내에서 저렴한 상품을 고를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여름휴가 막바지 시즌에 명절이 겹치면서 주머니가 가벼운 추석을 맞은 탓에 1만원 미만의 초저가 선물세트도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장기 불황에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세트를 구매하려는 개인과 법인들의 수요가 많아 통조림, 생활용품, 커피믹스 등이 잘 나가는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