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혁의 스포츠에세이)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대비해야

입력 : 2014-08-28 오후 2:35:49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인천 아시안게임이 다가오고 있다. 내달 19일부터 10월4일까지 45개국 선수들이 모여 36개 종목에서 실력을 겨룬다. 16일간 '45억의 꿈 하나 되는 아시아'라는 슬로건 아래 스포츠로 아시아가 한데 뭉친다.
 
1951년 인도 뉴델리 대회 이후 17번째 아시안게임이다. 1986년 서울과 2002년 부산에 이어 3번째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다. 서울 대회는 경제 개발 붐을 타고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산 대회도 시 이미지가 한층 도약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지난달 1일 밀레니엄서울힐튼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개폐회식 출연진 기자회견 모습. (사진=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인천시는 '국제도시로서의 브랜드 가치 제고'를 목표로 내걸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약 15조에 이르는 경제 효과도 눈에 띈다. 여기에 지난 27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개폐회식 연출 공개 행사에서 권경상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개회식 입장 수입으로 150억 원, 폐회식 100억 원, 경기 입장 수입 100억 원을 기대한다"고 구체적인 입장 수입을 언급했다.
 
하지만 의구심도 든다. 최근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의 성과가 좋지 않은데 얼마나 큰 이득이 시민들에게 돌아갈지 의문이다. 일부 인천 시민들도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다음 대회인 2019년 아시안게임 개최국 베트남은 지난 4월 돌연 대회 포기를 선언했다. 인프라 부족과 과도한 예산이 부담이라는 게 이유다. 그 뒷면에는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지만 실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크지 않다는 계산도 깔렸다. 현재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대체 개최 도시를 모색 중이다.
 
인천시도 이게 두렵다. 이미 인천 아시안게임 홈페이지에 "외형보다는 내용 면에서 충실하고 재정 부담의 최소화를 통한 성공 대회 모델 제시"라며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대회"라는 목표를 내걸었다.
 
김영수 조직위원장은 여러 번 인천시의 재정 상황을 고려해 돈을 들여 과시하기보다는 내실 있는 대회를 운영하겠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인천시를 비롯한 조직위원회가 재정 문제에 민감한 이유는 당연하다. 희망인천준비단이 지난 6월 가결산 기준으로 발표한 2013년 인천시의 부채는 12조8706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4년 사이에 66.2% 증가했다.
 
특히 인천 아시안게임 경기장 건설에 1조230억 원이 투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정도면 일부 인천 시민들의 문제 제기가 근거없는 것만은 아니다. 실제 2007년 대회 유치 확정 이후 몇 차례 "대회 개최권을 반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대 목소리도 나온 바 있다.
 
◇인천 서구 연희동에 있는 인천 아시아드주경기장. (사진=이준혁 기자)
 
시선은 경기장 문제로 쏠린다. 인천시 서구에 있는 아시아드주경기장을 포함해 시는 17개 신설 경기장 건설에 총 1조7224억 원의 예산을 썼다. 이 중 4677억 원(27%)은 국비 지원을 받아 충당했지만 나머지 금액 중 1조2523억 원은 고스란히 인천시의 몫이다. 인천시는 내년부터 673억 원을 시작으로 2029년까지 원리금 또한 갚아나가야 한다.
 
인천 아시아드주경기장만 하더라도 대회 이후 활용방안이 요원하다. 지난 5월 준공식에 다녀왔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행사에 참석한 지역 주민들은 반겼지만 한쪽에서는 꼭 지어야 했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인천 아시아드주경기장은 4900억 원에 이르는 건설비용 때문에 처음부터 말이 많았다. 정부는 2007년에 기존에 있는 남구 문학경기장을 활용하라고 인천시에 권고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매년 20억 원 안팎의 운영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문학경기장으로 대체하면 충분하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여러 정치적 상황을 거쳐 결국 새로운 경기장은 태어났다.
 
어느 순간부터 국제 스포츠 대회는 거대한 '빚잔치'로 끝을 맺었다. 지난해 미국 CNN방송은 '파티가 끝나면 개최 도시에는 무엇이 남겠느냐는 물음이 소치 동계올림픽 관계자들의 밤잠을 괴롭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2월 열린 2014 소치동계올림픽을 겨냥한 말이었다.
 
러시아 정부는 소치동계올림픽에 대회 역사상 최대 금액인 450억 달러 이상을 쏟아 부었다. 일부 국민들은 "러시아 정부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회가 끝나자 미국 경제전문지 '블룸버그'는 시설물 유지에만 연간 1조8000억 원에서 2조 4000억 원 이상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맞아 떨어졌다. 최근 소치의 모습을 전달하는 소식을 살펴보면 도시 전체가 황량하다. 올림픽 이후 시민들이 체감하는 경제 효과는 없는듯하다.
 
◇지난 2월 열린 2014 소치동계올림픽 이후 현지 모습. (사진캡쳐=버즈피드)
 
아시안게임 사례도 마찬가지다.
 
가장 가까운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을 개최한 중국의 경우가 있다. 대회가 끝난 이후 중국 언론 '환구시보'는 광저우시 예산이 대회 시설물 관리를 위해 2100억 위안(약 34조6395억 원)으로 늘었다고 짚었다. 대회 개최 전인 2009년 광저우시 예산보다 3배 많은 금액이다.
 
8000억 위안(131조9600억 원)의 GDP(국내총생산) 성장 효과가 있을 것이라던 장밋빛 전망은 실현되지 않았다. 앞서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도 상황은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대회 전부터 미리 움츠러들 필요는 없다.
 
하지만 대회 이후를 내다봐야 한다. 없는 살림에 빚내서 또 빚냈다는 말이 나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을 비롯한 나라 살림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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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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