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정문 앞 1인 시위자들에게 햇빛 차단용 차양막을 제공하고 있는 헌법재판소가 내부적으로는 시위를 조기 종결시키기 위한 대응 매뉴얼을 운영해온 것이 드러났다.
서기호 정의당 의원이 2일 공개한 헌재의 '1인 시위 대응 매뉴얼'에서, 헌재는 재판소 앞 1인 시위에 대해서 "헌법재판소의 신뢰와 재판의 권위에 대해 부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헌재는 '매뉴얼'에서 조기에 시위를 종결시키기 위해 시위 진행 단계별 대응 요령(7단계)과 시위 유형별 대응요령(3유형)을 상세히 기재했다.
매뉴얼에선 구체적으로 장기 1인 시위자에 대해선 '5단계' 방식인 무대응으로 대처하면 대부분 시위자는 시위를 중단한다고 적시했다.
지속적인 관찰단계인 '7단계'에서는 시위자들에 대해 "편집성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있거나 1인 시위와 재판소에 대한 불만표출에 삶의 의미를 두는 경우가 많다"는 시위자 비하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서 의원 측은 "표현의 자유를 통해 의사를 전달하고자 애쓰는 국민에 대해 정신병리적 문제가 있다고까지 진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대응요령' 중 '변형된 1인 시위자'에 대한 대응방법으로는 "피켓과 사진, 현수막 등 시위용품과 현장상황을 사진 촬영해 채증"을 권고하고 있다.
서 의원 측은 "채증은 불법을 전제로 한 증거수집으로 인권위원회에서조차 지난 4월, 경찰에 '증거보전의 필요성 및 긴급성이 인정되는 경우'로 채증을 제한하라고 권고했다"며 "헌재가 경찰보다 한 술 더 떠 1인 시위에 대해서까지 과잉 대응을 하면서 국민의 초상권과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 의원은 "국민 기본권을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라는 헌재가 1인 시위를 하는 국민을 정신적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잠재적 범죄자 취급까지 한 것은 충격"이라며 "헌재 스스로 인권 감수성에 대한 진단을 해봐야 할 것"이라고 힐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