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기범 희망나눔 대표 "나눔은 희망을 품는다"

입력 : 2014-09-02 오후 3:34:19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한기범 희망나눔'의 한기범(50) 대표는 나눔의 힘을 믿는다. 그는 나눔이 희망으로 이어진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한 대표는 봉사하는 삶을 꿈꾼다. 그는 자신의 궁극적인 꿈을 "해외 봉사"라고 말하며 특유의 멋쩍은 웃음을 짓곤 한다.
 
2일 서울 중구 장충동에 있는 한기범 희망나눔 사무실에서 한기범 대표를 만났다.
 
그는 "특권이란 단어가 어감이 안 좋을 수도 있다"면서도 "나눔은 특권이자 희망"이라고 설명했다.
 
한기범 대표는 90년대 농구 코트에서 큰 키(207cm)로 주목받았다. 그때 받은 관심과 사랑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줘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나눔은 희망으로 이어진다"는 자신의 철학을 소개하며  "가진 것을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고 덧붙였다.
 
◇한기범 희망나눔 대표. (사진=한기범 희망나눔 재단)
 
한기범 대표는 1996~1997 농구대잔치를 끝으로 코트를 떠났다. 은퇴 후 서울 구로고등학교와 중앙대학교에서 코치 생활을 지낸 그는 한동안 몸과 마음 모두 힘든 시기를 보냈다. 선천성 질환인 마르판 증후군을 겪으며 2000년과 2008년 두 차례의 심장 수술을 받았다. 아버지와 남동생을 빼앗아간 지독한 병이었다.
 
사업 실패까지 경험하며 돈 한 푼 없는 생활을 하기도 한 한기범 대표는 심장재단의 도움을 받아 두 번째 수술을 겨우 받을 수 있었다. 그는 "심장 수술을 받고 깨어나면서 사회에 빚을 갚아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고 회상했다.
 
사단법인 한기범 희망나눔은 2012년 9월에 그렇게 탄생했다. 한기범 대표는 생명·희망·건강·웃음·스타 등 5개 항목의 큰 틀을 갖고 농구를 통한 희망을 전파하고 있다.
 
한기범 대표는 지난 5월17일에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양동근(모비스), 조성민(KT), 김종규(LG) 등의 프로농구 선수들과 다니엘 헤니, 최정원, 오지헌 등의 연예인을 초청해 '희망농구 올스타 2014'를 개최했다.
 
이 대회는 2011년 5월5일 처음 열린 이후 어느덧 6회째를 넘겼다. 국내의 대표적인 자선 농구대회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수익금 전액은 어린이 심장병 환자의 수술비를 위해 쓰이고 있다.
 
다음은 한기범 대표와의 일문일답.
 
-심장 수술이 큰 전환점이 된 것 같다. 그때 어떤 심정이었나?
 
▲빚을 갚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 사람에게 물어보니 마음의 빚을 갚아 나가라고 하더라. 그래서 법인도 세우고 자선 농구 경기를 생각했다. 나눔은 특권이다. 여기저기 얘기를 들어보니까 우선 가지고 있어야 베풀 수 있더라.
 
-큰 수술을 두 번이나 받았는데 지금 건강은 어떤가?
 
▲정상이다. 약 먹는 것도 없다. 어제도 운동했다. 보통 심장 수술하면 평생 운동도 못 하고 약 먹고 해야 한다는데 다행히 그렇지 않다. 건국대 송명근 박사한테 수술을 받았는데 그분 덕분에 삶의 질이 달라졌다.
 
-올해 벌써 6번째 자선 농구대회를 열었다. 꽤 큰 행사인데 보고 있으면 어떤 생각이 드나?
 
▲참 뿌듯하다. 나한테 농구라는 재능이 있으니까 그런 것을 갖고 (일을) 한다고 항상 생각하고 있다. 돈이 있어 한 것도 아니고 누가 크게 후원해줘서 한 것도 아닌데 여기까지 왔다. 처음에는 자선 경기 시간도 크게 늦어지고 해서 욕을 먹고 그랬다. 다행히 지금은 조금씩 커가고 있다.
 
-희망나눔 설립부터 각종 자선 행사를 하는 일 등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
 
▲안병용 의정부 시장님을 알게 되면서 초창기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 홍명보 장학재단의 도움도 받았다. 직접 홍명보 감독님 연락처를 받아서 전화했더니 카타르에서 전화를 받으시더라. 홍 감독님을 통해 장학재단 자료를 받았는데 그게 큰 도움이 됐다. 큰 틀을 거기서 잡고 나눔 행사를 계획했다.
 
-아무래도 후원금이 많아야 재단 운영이 원활할 것 같다.
 
▲현재 200명 정도의 분이 정기적으로 후원해주신다. 적은 돈이라도 조금씩 모아서 주시는데 참 고맙다. 다만 큰 나눔 행사 같은 것을 할 때 저는 대기업과 아는 분들을 쫓아가서 후원 좀 해달라고 못살게 군다. 그런 부분이 조금 어렵긴 하다. 특히 메인스폰서를 잡을 때가 가장 힘들다. 다행히 예전보다 좋은 분들의 도움이 조금씩 더 이어지고 있다.
 
-일을 하며 가장 뿌듯함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2년 전에 다문화 오렌지 멘토링 농구단을 운영했다. 다문화 어린이를 위한 농구체험이었다. 거기 아이들은 피부색이 달랐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에는 우울하고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한 달 두 달 하다 보니 아이들이 밝아졌다. 학부모님들도 그런 말씀을 많이 하셨다. 그럴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물론 후원금을 전달할 때도 기분이 참 좋다.
 
◇서울과 경기도 5개 지역에서 저소득층과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대상으로 '국민생활체육회와 함께 하는 희망 농구교실'을 운영 중인 한기범 희망나눔 대표. (사진=한기범 희망나눔)
 
-선수 생활도 충분히 성공적이었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언제가 더 행복한가?
 
▲단순히 비교하기는 어렵다. 좋은 것은 둘 다 좋다. 다만 선수 시절에는 운동만 하면 됐는데 지금은 정신적으로 이런저런 여러 가지를 신경써야 한다.
 
선수 시절을 잠깐 얘기하자면 중앙대 재학 시절 처음으로 우리가 연세대와 고려대의 양강체제를 깼다. 김유택이 2학년이던 시절부터 대학 시합 5개를 몽땅 이겼다. 그리고 허재가 들어오면서 중앙대가 더 강해졌다. 그게 그렇게 좋았다.
 
지금은 조금 얘기가 다르다. 지금 제가 자선 경기를 열고 하는 이런 일들은 제가 아파보고 힘들었던 것을 알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제가 겪은 아픔 그대로를 다른 사람도 극복하고 치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 하는 일이다. 제가 경험한 일이라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농구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요즘 열리고 있는 농구월드컵은 어떻게 보고 있나?
 
▲(2연패) 안타깝다. 우선 빅맨들의 문제인 것 같다. 공격력을 더 키워야 한다. 빅맨들은 대부분 키가 커서 농구를 늦게 시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 기본기라던가 이런 게 부족하다. 어린 시절부터 일찌감치 체계화해서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하지 않나 싶다.
 
오히려 앙골라와 호주전을 보니 키는 크게 안 밀리더라. 그런데 상대 팀 측면에서 보면 '한국은 3점슛만 막으면 되겠다'라는 답이 나오더라. 그걸 상대가 못 느끼도록 빅맨들이 활동해줘야 하는데 부족해 보였다.
 
-그럼 한기범 대표가 선수 시절 몸으로 돌아가 뛴다면 지금 농구대표팀은 어떨까?
 
▲(웃음)저도 매우 힘들 것이다. 선수 시절에도 힘들었다. 골밑에서 체력이 달릴 것이다. 같이 부딪히면 튕겨 나갈 것 같다.
 
-농구뿐만 아니라 모든 종목의 선수들이 은퇴 이후 진로를 고민한다. 이 고민은 어디서 오는 걸까?
 
▲아무래도 선수들은 어린 시절부터 운동만 한다. 새벽에 운동하고 학교 수업은 대충 시간을 보내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 사회생활을 하는데 서툴다. 이 부분이 조금 보강돼야 한다. 선수들은 정상만 보고 우승을 향해 달린다. 그나마 그것을 이루면 그래도 낫다. 하지만 나머지 우승을 하지 못한 대부분의 선수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럼 이런 점을 해결 할 방법은 뭐가 있을까?
 
▲다른 종목까지는 자세히 모르겠다. 다만 농구는 생활 체육을 확대하면 된다고 본다. 초중고부터 50대까지 농구동호회가 정말 많다. 이 사람들을 위한 선수 출신 인원의 지도나 생활 체육 코치 파견 등을 지정해준다면 많은 인원이 흡수될 것이라 본다. 아이들을 위한 방과 후 농구 교실이나 수업도 괜찮을 것 같다.
 
◇2011년 강원도 영월에서 열린 다문화가정 자녀를 위한 희망나눔 캠프. (사진=한기범 희망나눔)
 
-나눔이 한기범 대표의 가장 큰 지향점이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나눔이 갖는 진정한 가치는 무엇일까?
 
▲나눔은 희망이다. 특히 가진 것 많은 사람이 더 많이 나눴으면 좋겠다. 나눔을 받은 사람들은 그걸로 배우고 익혀서 희망을 품고 살았으면 좋겠다. 다시 말해도 나눔은 희망이다.
 
-농구계의 새로운 길을 희망나눔이 제시했으면 좋겠다. 끝으로 한기범 대표만의 꿈은 무엇인가?
 
▲2011년 법인 이후 지금까지도 경제적 안정이 가장 급선무다. 그 이후에는 아프리카 등에서 사회봉사를 하고 싶다. 오지 체험을 하는 방송을 많이 다녀왔는데 그때 그렇게 느꼈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에서 충실히 해야 할 일이 많다. 아직 우리나라에 심장병 어린이들을 비롯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많은 것으로 안다. 이런 곳에 나눔을 전파하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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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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