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업계, 1.3조 대형 수주전 '눈치경쟁'

입력 : 2014-09-02 오후 3:51:16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국내 조선·해운업계가 1조3000억원 규모의 한국가스공사 LNG선 발주 프로젝트를 놓고 치열한 눈치경쟁에 돌입했다. 조선과 해운 모두 업황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등장한 대형 프로젝트여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상반기 수주가 급감, 실적 부진의 나락에 빠진 조선업계의 경우 만회 카드로 최적인 데다 화물창 원천기술이 적용돼 기술로열티를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장기간 업황 침체에 허덕이고 있는 해운업계의 경우에도 향후 20년간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고, 신규 선사도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보할 수 없는 기회로 자리 잡았다.
 
앞서 한국가스공사는 지난달 26일 미국 셰일가스 수송을 위한 신규 LNG선 운영선사 선정 발주 공고를 냈다. 발주하는 선박은 모두 6척이며, 이들은 2017년부터 매년 280만톤의 셰일가스를 20년 장기간 운송하게 된다.
 
선사들은 LNG선을 건조할 수 있는 자격의 조선사와 함께 입찰에 참여하게 되는데, 해운업계의 터줏대감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참여할 수 없게 되면서 중견·중소선사들의 경쟁이 더 치열하게 전개될 예정이다. 국내 1, 2위 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재무구조 개선 과정에서 LNG 사업 부문을 매각해 이번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
 
이에 따라 현대글로비스와 팬오션, 대한해운, SK해운, 폴라리스쉬핑, 장금상선, KSS해운 등 많은 중견급 선사들이 관심을 갖고 입찰에 참여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과 대한해운, SK해운과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과 현대글로비스가 사업적인 친밀도가 높은 점을 들어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달 29일 가스공사 본사 세미나실에서 주요 해운사를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열고 신규 LNG 전용선 6척 운영선사 선정을 위한 구체적인 사항을 공개했다.(사진=한국가스공사)
 
조선업계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선사와 조선사가 함께 팀을 이뤄 입찰에 참여하는 만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파트너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국내에서 LNG선을 제작할 수 있는 조선소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와 STX조선해양 정도로 제한되기 때문에, 이들 대형 조선소를 중심으로 선사들의 물밑 구애가 치열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업계에는 이번 프로젝트가 단순히 1조3000억원 규모의 LNG선 6척을 수주하는 것 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에 발주되는 LNG선 6척 중 2척에는 한국형 LNG 화물창인 ‘KC-1’이 탑재되는데, 이 경우 1척당 60억원씩 총 120억원의 기술로열티를 절감할 수 있다.
 
아울러 향후 LNG선 제작 시에도 활용할 수 있어 더 큰 부가가치가 기대된다. 특히 ‘KC-1’ 기술을 가장 먼저 상용화한 조선소라는 상징적인 의미는 포기할 수 없는 타이틀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나 공기업 발주의 경우 한 곳에 몰아주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이번에도 조선·해운업계 침체에 도움을 주기 위해 몇 군데에 물량을 나눠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가스공사는 오는 18일까지 계약이행능력 평가 신청을 받고, 다음날 평가결과를 발표한다. 본격적인 사업 참가 신청서 접수기간은 10월2일까지며, 최종 입찰 및 낙찰자 결정은 10월24일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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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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