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추진하는 유라시아 경제동맹이 서방의 제재에 막혀 와해될 위험에 처했다.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는 러시아가 유럽연합(EU)을 맞상대하기 위해 준비 중인 유라시아경제연합(EEU)이 회원국들의 우려로 시작 전부터 흔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EEU는 지난 5월 러시아와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등 구소련 출신국들이 자본과 노동, 서비스를 자유로이 교환하자며 만든 경제 공동체로 내년 1월에 출범한다.
당시 푸틴(사진)은 이 세 국가가 완전히 새로운 단계의 동맹으로 나아갔다고 자평하며 자신감을 나타냈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지난달 러시아가 서방의 고기와 생선, 과일, 유제품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계기로 카자흐스탄과 벨라루스는 러시아와 거리를 두고 있다.
러시아의 보복 제재에 동참했다가 손해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알렉산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제재 발동 여부는 국가 내부적인 사안이다"며 "우리는 폴란드산 사과가 필요하고 독일산 특산물도 원한다"고 말했다.
이미 경제 둔화 위기를 경험 중인 카자흐스탄은 단독 행동에 그치지 않고 EEU 탈퇴까지 고려 중이다. 실제로 카자흐스탄의 올 상반기 경제 성장률은 3.9%에 그쳤다. 지난해 6.0%에 비하면 형편없는 수치다.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국영방송 하바르와의 인터뷰에서 "카자흐스탄은 EEU 회원국 지위를 거부할 충분한 권리를 지니고 있다"며 "국가 주권에 위협이 되는 조직에는 절대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로써 EEU를 소비에트 소련연방의 부활로 여기던 서방 당국자들의 근심이 다소 누그러졌다.
도짐 사트파예브 리스크어세스먼트그룹(RAG) 대표는 "유라시아 프로젝트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 지 확신할 수 없다"며 "연합 내부에서부터 많은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