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명동의 한 호텔에서 임영록 KB금융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은행 주전산기 교체 논란과 관련해 해명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은행 주전산기 교체 프로젝트는) 의사결정 과정에 있는 사업인데 범죄에 준하는 행위가 있었다는 게 말이 되는가" "은행장까지 사퇴했기 때문에 그룹을 총괄하는 CEO로서는 조직을 안정시키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임영록
KB금융(105560)지주 회장이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의 중징계 변경으로 (KB금융의) 경영혼란 초래했다"며 금융감독원을 비롯한 금융당국에 작심발언을 했다.
지난 4일 최수현 원장은 KB금융의 경영진이 국민은행 주전산기를 기존 IBM사의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은행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고, 임 회장이 감독의무 이행을 태만히 했다며 금융위원회에 중징계를 건의한 바 있다.
임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모두 발언을 통해 "최수현 금감원장이 제재심의위원회에서 2개월 이상 충분히 소명해서 내린 판결을 객관적인 사실 변동이 없는 상황에서 중징계로 상향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국민은행 주전산기 전환사업은 업체선정이나 가격결정 등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업무 태만으로 중징계 처분을 내린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임 회장은 오는 12일 금융위원회의 최종 결정과 상관없이 사퇴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금융위에서 중징계로 최종 결론이 날 경우에는 행정소송이나 이의제기 등 당국과의 2차전도 예상되고 있다.
그는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의사결정 과정에 있는 것에 대해 중징계를 내린다면, 과연 옳은가에 대한 것과 최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은행의 수장인 은행장이 사퇴한 가운데 그룹 전체를 이끌어가는 CEO 입장에서는 조직 안정시키는게 최우선이다. 제 입장에서는 조직안정과 경영정상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이날 주전산기 교체 사업과 관련해 업체 선정이나 가격이 결정된 것도 없는데, 금융당국이 'KB에 범죄에 준하는 행위가 있다'고 못 박은 것은 부당하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임 회장은 "국민은행은 아직 IBM 메인플레임을 쓰고 있고 유닉스 전환사업은 시작도 못했다"며 "업체가 선정됐거나 계약이 성립된 것도 아닌데다 사업이 중단된 상태로 있어서 이와 관련된 리스크는 발생하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컨설팅 보고서가 왜곡됐다는 금감원의 지적에 대해서는 "컨설팅 보고서의 금액은 BMT(벤치마크테스트)를 실시하기 전의 금액"이라며 "추후 BMT를 실시할 예정이기 때문에 중복되는 금액이라 삭제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특정기종(유닉스)로의 선택을 강요하기 위해 은행의 IT본부장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전면 부인했다.
임 회장은 "계열사 경영관리 규정에 의하면 은행장은 본부장 추천 권한과 함께 지주사와 사전 협의할 의무가 있고 금융지주는 동의 또는 부동의할 권한이 있다"며 "당시 은행장의 추천안을 원안대로 동의했고 은행장이 최종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은행 본부장 인사는 지난해 10~11월 은행 경영협의회에서 유닉스로의 전환 결정이 있은 이후의 일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없다"고 부인했다.
금융감독원을 비롯한 금융당국의 징계 결과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드러냈다.
임 회장은 "고민을 왜 안했겠나"라며 "금감원이 내린 징계사유에 대해서는 진실을 정확히 밝히는 게 제 소명이고, 그 과정에서 흔들릴 수 있는 조직을 안정시키고 경영을 정상화시키는 데 모든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앞으로 금융위원회에서 징계가 최종 결론이 나기전에 적극적으로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임영록 회장은 "제재심 소명했던 얘기와 객관적인 지적사항에 대한 변경된 게 없어서 서면으로 금융위 위원들에게 의견서를 냈다"며 "앞으로 기회가 주어지는대로 적극적으로 징계사유에 대한 소명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