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토마 피케티 교수의 <21세기 자본>이 지난 12일 국내 서점에 뿌려진 이후 3일새 1만3000부가 팔리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820쪽에 달하는 분량과 3만3000원이라는 적지 않은 가격을 고려하면 작지 않은 '돌풍'으로 평가된다. 이 책 출간을 전후로 자본과 관련한 책도 쏟아지고 있어 출판업계도 주목하고 있다.
15일 도서출판 글항아리에 따르면 <21세기 자본>은 초판 1만부가 모두 팔리고 3000부 정도가 추가로 판매됐다. 오는 16일과 17일 2만부가 추가로 나갈 예정이다. 이에 따라 조만간 3만부 판매를 돌파하고, 앞으로 최소 10만부가 팔릴 것으로 글항아리는 예상하고 있다.
강성민 글항아리 대표는 "제 기억으로는 이 정도 두께와 가격으로 이렇게 나가는 책은 한국 사회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이어 "고속도로를 다니다 보면 화려하지만,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은 광고판이 좌우에 많은데 책도 그렇다"면서 "21세기 자본은 300년에 달하는 자료로 저자만의 진실을 구축해 경제학자들도 부정할 수 없도록 만든 교통표지판 같은 책으로 전 세계적으로는 300만부 이상 팔린 것으로 안다"고 인기 배경을 설명했다.
글항아리는 지난해 10월 판권을 계약할 당시에는 이런 인기를 예상치 못했다. 이 책은 프랑스에서 처음 출간될 때는 현재와 같은 반응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글항아리는 이 책의 판권을 '헐값'인 4000유로(약 550만원)에 샀다. 이는 역사·고전 분야 책에 집중하던 글항아리가 묵직한 정치·경제 관련 서적을 강화하려는 방침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출판 업계에서도 21세기 자본의 출간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책 자체 판매량도 기대되지만, 관련 서적의 출간도 잇따르고 있어서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자본'을 키워드로 하는 책은 올해 9월까지 62종이 쏟아졌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42종보다 많이 늘어난 수치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자본이라는 키워드가 피케티 교수의 책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을 분석하는 관련 서적도 최근 잇따라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풀이했다.
다만, 이 책의 세계적 명성보다는 초기 판매량이 폭발적이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이 책은 국내 출간되기 전부터 화제가 되면서 사상의 파급력은 있었으나, 그것과 판매는 별개의 문제로 보인다"며 "고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이 출간됐을 때는 서점에 책을 사려는 사람들의 줄이 이어졌으나, 이번에는 다른 베스트셀러의 출간 당시와 비교해도 한산했고 초기 판매량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독자들이 인터넷 서점으로 분산된 탓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출간 직후인 지난 13일 교보문고에서는 오프라인 200부, 온라인 170부가 팔렸고, 인터넷서점인 예스24에서는 200부가 팔린 것으로 전해졌다. 예스24 관계자는 "이 책에 대한 기대가 높았기 때문에 그것에 미치지 못한 것이지 적은 판매량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21세기 자본은 문학 작품 등에 비해서는 독자층이 좁아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를지 장담하긴 어렵다"며 "피케티 교수의 방한 이후를 지켜봐야 하고 마케팅 전략도 짜고 있다"고 덧붙였다. 피케티 교수는 오는 20일 연세대에서 강연을 펼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