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눈·귀 모두 닫은 박영선..'잃어버린 72시간'

입력 : 2014-09-16 오후 9:00:04
[뉴스토마토 박민호기자] "제1야당 원내대표가 문자로 통화하는건 비정상 아닙니까?" '지금 우리당이 비정상이에요…'
 
칩거 중인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의 행방을 두고 16일 한 기자와 박범계 원내대변인이 나눈 대화다.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탈당' 발언이 나온지 72시간이 다 되어가지만 박 원내대표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는지 새정치연합은 갈피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이날 새정치연합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박 원내대표의 거취에 대한, 두줄이 채 안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것 뿐이었다.
 
'세월호법 협상과 관련해 박 위원장이 마지막 역할을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게 원내대책회의 의견입니다'
 
'못찾겠다 꾀꼬리'를 외친 셈이다. 그러나 답변은 없었다. "피드백이 아직 없다"는 것이 새정치연합의 공식적인 멘트다.
 
박 원내대표가 보긴 봤는지, 답장을 했는데 이 또한 전달이 안 되서 아무도 모르는 것인지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없으니 도통 알 길이 없다. 
 
정리를 해보면,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사태'와 '국회 정상화' 등 중차대한 국가적 문제를 결정하지 못한 채 지도자에게 문자메시지로 답을 요구하고 있다. 지도자는 답이 없다. 이것이 우리나라 제1야당의 현재 모습이다.
 
어찌보면 새정치연합이 틀어진 지도자와의 소통방법으로 선택한 문자 메시지는 '부장님 저 막 회사앞이에요', '차가 막혀서 이제 곧 갑니다'라는 일상에서나 어울릴 법하다. 다른 방법이 없지 않느냐는 항변을 백번 이해해도 궁색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박 원내대표의 잠적 72시간에 대한 해명은 그 누구도 하지 않고 있어 설훈 의원의 '박근혜 대통령 연애' 발언으로 재촉발된 '잃어버린 7시간'이 무색한 상황이다.
 
박 원내대표가 언제 어떤 모습으로 복귀할지는 미지수이지만 향후 어떠한 해명을 하더라도 그 역시 장시간의 잠적에 대해서는 국민의 지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날 국회에서는 인도네시아 사절단이 방문해 국회의장과 오전을 같이 보냈고, 오후에는 어린 학생들이 현장탐방차 국회를 찾았다.
 
행여 이들에게, 파행과 '불통'이라는 우리 정치의 민낯을 들키지나 않았을까 생각만해도 낯뜨거운 노릇이다.
 

◇16일 오전 인도네시아의 사절단이 국회를 방문해 정의화 국회의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위). 국회 현장탐방에 나선 아이들이 무리지어 이동하고 있다(아래).(사진=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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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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