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찔레곤=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인도네시아는 1인당 철강 소비량이 50~60kg에 불과해 앞으로 성장성이 무한한 시장입니다. 때문에 한국과 중국, 일본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곳입니다. 포스코는 동남아 지역 최초 일관제철소인 크라카타우포스코를 발판 삼아 동남아 철강 삼국지를 통일하겠습니다."
지난 15일 인도네시아 찔레곤에서 만난 민경준 크라카타우포스코 법인장
(사진)의 포부다. 한·중·일 신 삼국지가 펼쳐지는 인도에서 한국 대표주자인 포스코의 자존심은 강한 승부욕과 의지로 이어졌다.
민경준 법인장은 “주요 철강 수입국들이 자국 시장을 지키기 위해 덤핑관세 부과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어 수출로만 해외시장 점유율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현지에 제철소를 세워 현지 판매에 나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는 일본계 자동차 회사가 진출해 있어서 일본 철강사들이 시장을 주도했지만, 크라카타우포스코를 발판 삼아 인도네시아는 물론 잠재 성장능력이 충분한 동남아 시장의 구도를 포스코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핵심은 원가절감이다. 값이 저렴한 인도네시아산 철광석과 포스코의 발전된 고로기술을 결합해 비용은 줄이면서도 품질은 유지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민 법인장은 “인도네시아산 철광석은 브라질, 호주산에 비해 톤당 17달러 정도 가격이 저렴하지만 질이 낮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동안 축적해온 고로기술이 있다”며 “품질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도네시아산 철광석 사용량을 30%까지 늘려 원가를 절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생 끝에 일관제철소를 건설하고 조업 수준을 정상으로 끌어올린 만큼 이제는 현지인들을 교육시켜 제철소 운영을 잘 하는 게 목표”라며 “기술교육과 함께 정신교육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민 법인장은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포스코를 철강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아세안 국가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할 계획임을 밝혔다.
그는 “아세안 국가 내에서는 무역관세가 없지만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는 경우에는 수입관세가 상당히 높다”며 “크라카타우포스코에서 생산한 핫코일을 포스코가 운영 중인 베트남, 인도 냉연공장에 공급한다면 큰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민경준 크라카타우포스코 법인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치열한 일본과의 경쟁 속에서 일본의 견제사례가 많았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기억나는 일이 있다면.
▲지금까지는 인도네시아에 일본계 자동차 회사가 진출해 있어서 일본 철강사들이 시장을 주도해 왔다. 때문에 우리가 일관제철소를 건설한다고 했을 때 가장 거북해하고 불편하게 생각한 것이 일본이다.
우리가 진출하기 전에 일본의 전략은 비용이 많이 드는 고로시설 등 상공정을 해외에 건설하기 보다는 돈이 적게 드는 하공정 투자를 통해 자국 소재를 가져다 파는 것이었다.
포스코도 그렇게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겠지만 일본이 점령한 시장에 침투하기 위해서는 일본과는 다른 과감한 투자가 필요했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 정부의 지원 하에 인도네시아 국영철강회사와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일관제철소 가동으로 우리가 인도네시아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견제를 크게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대표적인 것이 일본 NSSMC의 CGL이다. NSSMC가 크라카타우스틸과 하공정인 CGL(아연도금강판 생산라인)을 짓는다고 시끄러웠다. 인도네시아 정부에서는 크라카타우포스코(PTK)가 자동차 강판을 만들기를 바라고 있지만 만들 기술력이 안되다 보니 외국에서 수입해서 자동차 강판을 만든다고 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2년 12월에 MOU를 체결한데 대해 우리의 거듭된 항의로 사업추진이 지연되다가 합작 지분율을 PTK 20%, NSSMC 80%으로 하면서 토지만 PTK가 제공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현재 규정된 범위 안에서 정당하게 경쟁하고 있다. 일본과 어떻게 시장을 형성하고 쉐어 할 것인지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원가절감의 주된 요인이 원료인가 기술인가?
▲원갈절감의 70% 이상은 철광석과 석탄, 석회석 등 원료에 달려있다. 우선 철광석부터 이야기 하면 인도네시아 철광석을 최대 30% 사용할 계획이다. 가격이 저렴해도 품질이 좋지 않기 때문에 설비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생산을 하기 위해서는 30%가 최대라고 본다.
기술이 좋으면 품질이 나쁜 원료를 갖고도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고, 반대로 좋은 원료를 가져도 기술이 나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저가원료 사용과 함께 조업기술 개발이 중요하다. 제강공정에서 합금철이나 여러 첨가물을 줄이는 기술력도 원가절감의 한 방편이다.
좋은 제품을 싼값에 만드는 것이 기술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체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그동안 포항과 광양에서 쌓은 기술을 바탕으로 원가절감을 각 부서별 분야별로 자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런 부분이 안착되면 성공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2단계 프로젝트의 예상 시기와 계획은?
▲2단계 프로젝트는 1단계의 최종 품질시험이 통과된 후 1년 안에 양사가 합의 하는 것으로 돼 있다. 또한 합의한 날로부터 2년 안에 착공하도록 양사가 이미 합의한 상태다. 이에 따라 내년 6월까지 2단계 투자논의를 완료하고, 이후 2년 안에 착공까지 진행될 것이다.
전체적으로 일단 안정감 있는 제철소로 만들기 위해서는 현재 싱글라인의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는 추가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1단계 투자에서 후판 공장을 설치한 것은 PTK에 열연공장이 있었고 조선용 후판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 때문이었다. 또한 300만톤 쇳물만으로 열연공장을 만드는 것은 경쟁력이 없다. 열연공장은 400~500만톤은 돼야 경쟁력이 있다. 2단계에서는 고로와 제강, 연주 증설, 열연공장 신설이 우선 계획돼 있고 부족하면 냉연이나 도금 등 후속공정을 고려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장점은 낮은 임금인데 매년 40~50%씩 오르고 있다고 들었다. 올라도 낮은 수준이지만 노동집약적 산업은 떠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현재 찔레곤에는 한국인 포함 2350명이 근무하고 있다. 협력회사까지 포함하면 3500명 정도이다. 이들의 임금은 한국 포스코 임금의 10분의1 수준이지만 매년 크게 늘고 있다. 부담이 높아지고 있지만 인도네시아 진출이 인건비를 보고 한 것이 아니라 시장과 원료 등을 보고 한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인력을 운용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이 크다. 하지만 타사나 타산업에 비해 인건비 부담은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남아 철강벨트 선점에 대한 비전에 대해 말해 달라.
▲포스코는 베트남과 인도에 냉연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 공장에 주원료인 핫코일을 공급해야 한다. 아세안 국가 내에서는 무역관세가 없지만 다른 나라는 수입관세가 상당히 높다. 소재에 관세가 높으면 경쟁이 어렵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한 핫코일을 베트남과 인도에 공급한다면 큰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현재 생산제품 대부분을 인도네시아에 공급하고 있다. 연간 900만톤의 철강재가 인도네시아로 수입되는 상황이라 크라카타우포스코가 수입재와의 경쟁에서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2단계 투자로 연간 600만톤이 생산되면 300만톤 정도는 다른 동남아 권역으로 수출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