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부터 공석인 국민은행장(물음표), 김종준 하나은행장, 이순우 우리은행장, 서진원 신한은행장.(사진=뉴스토마토 DB)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하반기 은행권에 인사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KB금융지주 회장과 국민은행장은 현재 공석이고, 하나은행장도 사퇴 의사를 밝혀 놓은 상태. 우리, 신한은행장은 각각 올해 말과 내년 초에 임기가 끝난다.
조직의 현안이 맞물려 있는 과도기적인 시기에 연임과 직무대행 등으로 '조직 안정'에 무게를 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요구도 적지 않아 가늠이 어려운 상황이다.
◇ 국민 '공석', 하나 '사퇴임박', 우리·신한銀 곧 임기만료
금융당국의 징계와 그에 따른 이사회 해임으로 임영록
KB금융(105560)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KB금융은 회장과 행장을 모두 새로 뽑아야 한다.
KB 이사회는 19일 오후 임시 이사회를 열고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구성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회추위는 10월 중으로 회장 후보를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장 자리는 회장 선임 절차가 마무리된 후 진행된다.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하나캐피탈 사장 재직 시절에 저축은행 부당지원 혐의로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받고 퇴출 위기에 몰렸으나 내년 3월까지 임기를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논란을 비켜나갔다.
하지만 논란이 이어지자 김 행장은 지난달 말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백의종군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조직 내에선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에 대한 노조와 협의가 마무리되고 금융위에 합병을 신청하는 시점에 물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순우
우리금융(053000)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지난해 6월에 취임했지만 우리금융 민영화를 올해까지 마무리하겠다는 각오를 피력하는 차원에서 임기를 1년 6개월로 제한, 오는 12월말까지다.
우리은행은 오는 10월쯤부터 차기 행장 선임 절차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신한은행의 서진원 행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로, 임기 만료 석달 전인 올해 말부터 차기 행장 선임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 한번에 교체 이례적..후보군 속속 부상
현재 KB금융의 차기 회장 후보로는 '관피아(관료+마피아)' 배제 분위기에 따라 전현직 KB출신이거나 금융권에서 잔뼈가 굵은 외부인사가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내부출신 인사로는 회장 대행을 맡고 있는 윤웅원 부사장, 국민은행장 대행을 맡은 박지우 부행장, 민병덕 전 행장, 윤종규 전 부사장, 김옥찬 전 부행장이, 외부 인사 후보군으로는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이종휘 미소금융재단 이사장,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등이다.
이번 KB사태가 회장과 은행장 간의 갈등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회장이 행장직을 겸직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사회는 회추위를 구성하고 회장과 은행장직 겸임 여부, 임기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김종준 하나은행장의 후임도 관심사다. 김 행장은 퇴진시기를 외환은행과의 통합이 구체화되는 시점으로 제시한 가운데 전날 김정태
하나금융지주(086790) 회장이 다음달 중으로 두 은행의 통합 승인을 금융당국에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김 행장은 이에 따라 다음달 중으로 퇴진시기를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두 은행의 완전한 통합 때까지 과도기적으로 행장대행 체제로 갈 가능성이 높다. 부행장이 행장대행을 맡다가 통합은행장으로는 김한조 현 외환은행장이 거론되고 있다.
이순우 행장은 현재까지 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우리금융 민영화의 마지막 단계인 우리은행 매각 작업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거취가 달리질 전망이다.
우리은행 매각이 유효 경쟁이 성립돼 내년초 본입찰이 진행된다면 매각이 완료될 때까지는 이 행장이 조직을 계속 이끌겠지만, 민영화 작업이 차질을 빚을 경우 새로운 행장이 선임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에서는 서진원 신한은행장의 연임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
서 행장은 '신한사태' 직후 지난 2011년 취임했고 다음해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하지만 첫 임기가 전임 행장의 잔여 임기를 채우는 것이어서 1년3개월로 짧았다.
또 그간 타 은행이 여러 사건 사고로 진통을 겪었지만 현재까지 신한은행에선 별다른 악재가 터지지 않았다. 다만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복심이 변수다.
금융권 관계자는 "많은 은행장들이 정상적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것도 드문 일이다"며 "이에 따라 내년 초에는 대규모 후속 인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