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률이 5년만에 지방을 앞질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이어져 오던 '수도권 침체, 지방 호황' 체제에 변화가 생겼다.
정부의 강남 살리기 부동산정책과 지방의 장기 상승에 따른 피로감 누적 등으로 9월 수도권과 지방의 아파트값 상승률이 역전됐다.
◇강남의 약진..수저지고 시대 마감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2일 현재 9월 아파트값 상승률은 0.22%다. 지방5대광역시 0.19%, 기타지방 0.13%보다 높다. 현재 강남을 중심으로 경부축 아파트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어 차이는 더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월 기준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률이 지방5대광역시보다 높았던 것은 지난 2009년 8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수도권은 0.80%, 지방5대광역시는 0.67% 상승했다.
서울은 재건축 밀집지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9월 강남구는 0.54% 오르며 서울 25개구 중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어 목동이 포함된 양천구가 0.53%, 강동구 0.38%, 서초구 0.33%, 송파구 0.30% 순으로 오름세를 보였다.
경기에서는 경부라인을 따라 강세가 이어졌다. 용인 수지구가 0.68%로 수도권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가운데 성남 분당구가 0.44%로 뒤를 이었다.
7.24부동산대책 이후 9.1부동산대책까지 두 달간 몰아친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에 따라 범강남권 부동산시장이 시장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7.24부동산대책에서 정부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70%로 상향단일화 했고, 서울의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소폭 상향조정했다. 9.1부동산대책에서는 최장 40년에 달하던 재건축 연한을 30년으로 줄였고, 구조안전에 이상이 없어도 거주에 불편이 클 경우에도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부동산대책의 포커스가 강남과 재건축 예정 아파트에 맞춰졌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시장을 이끌 선도주가 필요했다면 제일 적합한 타겟은 강남재건축일 것이다"며 "현재까지는 강남과 용인, 분당 등이 오름세를 보이며 위축된 시장에 변화를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최근 5년간 수도권-지방5대광역시 아파트값 변동률(자료=KB국민은행)
◇지쳐가는 지방..상승세 갈수록 둔화
금융위기 이후 수도권 부동산시장이 장기 침체에 빠지는 사이 지방은 호황을 누렸다.
2000년대 중반 부동산 광풍기 공급이 집중됐던 수도권은 금융위기와 보금자리주택 등의 영향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지방은 2000년대 초반 과잉공급에 따른 시장 위축과 공급부족
2009년 수도권 아파트값은 1.30% 상승하는 동안 지방5대광역시는 3.16% 오르며 수도권을 앞질렀다. 금융위기 후 전국적인 불황이 예상됐지만 부산이 6.20% 오르며 지방 부동산시장 훈풍 확산을 주도했다. 영도구는 11.9%나 올랐다.
2010년과 2011년 차이는 수도권과 지방 부동산시장의 양극화는 더 심화됐다. 2010년 수도권 아파트값이 2.84% 하락한 반면 지방5대광역시는 8.78% 상승했다. 2011년 수도권이 0.24%로 힘겹게 보합을 유지했지만 지방은 18.0% 수직상승했다.
이 기간 동안 부산 사상구(47.5%), 해운대구(41.3%), 진구(40.0%) 등은 40%가 넘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2009년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지방 부동산시장은 2012년부터 조정기에 들어간다. 2012년 지방5대광역시는 3.08% 상승했고, 2013년 2.97%로 상승률이 둔화됐다. 같은 기간 수도권은 -4.02%, -1.58%로 하락폭이 둔화됐다.
8월까지 지방5대광역시의 올해 아파트값 상승률은 2.04%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호황에 따른 급격한 아파트값 상승과 공급급증의 부작용에 따른 약세가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 교수는 "지방이 호황을 누렸던 이유는 공급부족과 상대적으로 낮은 아파트값에 있었는데 이같은 사유들이 해소되면서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상승세가 먼저 나타났던 곳을 중심으로 조정흐름도 이어질 전망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