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혁의 스포츠에세이)'문화론'에 역행하는 인천아시안게임

입력 : 2014-09-22 오후 2:10:06
[인천=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경험이 풍부한 스포츠 관계자들은 이른바 '스포츠 문화론'을 펼친다. 이 주장은 스포츠가 더는 대중문화의 하위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젠 스포츠가 하나의 문화로 올라서야 한다는 뜻이다.
 
스포츠 속의 공정한 경쟁이 결국에는 그 경쟁을 넘어 화합에 기여한다는 말이다. 특히 국제적인 스포츠 대회는 이런 것들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장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인천아시안게임은 반대로 가고 있다.
 
◇지난 19일 인천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개막식 모습. ⓒNews1
 
지금 인천아시안게임은 '인천'이라는 거대한 장막을 쳐놓은 것 같다. 그 안에서 아옹다옹하는 기분이다. 선수들만큼 대회 조직위원회와 고위 관계자들이 간절하게 이 대회를 준비했는지 의문이다.
 
뭐하나 알아보려면 담당자 찾기에 바쁘다. 일선에 있는 자원봉사자들만 곤란한 상황에 놓인 장면도 여러 번 있었다. 지난 주말 일부 종목에서는 약소국가의 훈련지원 시설이 엉망이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대회를 상징하는 성화는 10분간 꺼지기도 했다.
 
인천아시안게임은 정치권과 '핌피(PIMFY) 현상'이 결합한 결과다. 전시 행정에 혈안이 된 인천시 고위 공무원들과 이름 좀 알리려는 정치인들이 주도했다. 이들의 사탕 발린 소리에 지역 주민들이 가세했다.
 
2007년 대회 개최 확정부터 인천시의 재정 상태는 도마 위에 올랐다. 여기에 지난 19일 개막식이 열린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 건립을 놓고는 처음부터 말이 많았다. 그때마다 인천시와 지역 정치권은 똘똘 뭉쳐 경제적 효과를 강조했다. 지역 주민들은 이에 동조했다. 모든 주민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의 주경기장 일대 지역 주민들은 강하게 경기장 건립을 주장했다.
 
아시아드주경기장을 포함해 인천시는 17개 신설 경기장 건설에 총 1조7224억원의 예산을 썼다. 이 중 4677억원(27%)은 국비 지원을 받아 충당했지만 나머지 금액 중 1조2523억원은 고스란히 인천시의 몫으로 남았다. 당장 내년부터 인천시는 673억원을 시작으로 2029년까지 원리금을 갚아나가야 한다.
 
한국은 1986년 서울에서 처음 아시안게임을 개최했다. 16년 뒤 2002년에는 부산에서 열었다. 지금은 14년이 흘러 인천이다. 열기는 해를 거듭하며 점점 떨어지는 모습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데 '아시안게임'이라는 콘텐츠를 놓고 얼마나 고민했는지 묻고 싶다. 누가됐든 뭔가 그럴듯한 업적을 남기고 싶었다면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국제 스포츠 대회가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한 게 최근 흐름이다.
 
박태환(수영)이 쑨양에게 메달을 내줬다고 해서 한국이 중국보다 못한 나라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제 없다. 동메달에 죄송하다는 박태환의 말을 듣고 "금메달보다 갚진 동메달"이라고 감싸 안는 게 지금 한국 스포츠 팬들의 심정이다. 박태환에 대한 대한수영연맹과 수영계의 빈약한 지원을 여러 채널을 통해 익히 알기 때문이다.
 
대회 초반부터 흥행 실패라는 말이 떠돈다. '빅3'로 불리는 박태환, 양학선(체조), 손연재(리듬체조)의 활약여부가 흥행의 열쇠라는 지극히 애국주의적인 말이 나온다.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대한민국 선수단. 사진은 19일 열린 개막식 당시 모습. ⓒNews1
 
순수하게 경쟁의 장을 열어 놓고 공정한 경쟁을 보고 싶은 건지 궁금하다. 전 세계 3분의 2라는 아시아 인구의 눈길을 끌어 '인천에서 이들이 금메달을 땄어요'라고 자랑하고 싶은 건 아닌지 모르겠다. 국제대회마다 높은 관심을 받는 야구와 축구는 이미 병역특례를 위한 '병역 원정대'로 합의본지 오래다. 이들마저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조기 탈락한다면 인천시와 대회 관계자들은 더욱 울상이 될 게 뻔하다.
 
인천아시안게임은 대회 전부터 티켓 판매에 애를 먹었다. 일부 기업들에게 구매를 요구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렸다. 불안한 현실은 내부에서 먼저 파악했다. 대한체육회는 대회 직전 내부 공문을 돌려 산하 조직과 관계자들이 얼마나 아시안게임 경기 티켓을 구매했는지 조사하기도 했다.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은 여론 주도층이 지역 주민의 감정을 교묘히 활용해 판을 벌인 대회다. 개최권을 반납해야 한다는 비판까지 돌파하며 결국 여기까지 왔다.
 
하지만 대회를 바라보는 시대착오적인 시각과 순수하지 못한 의도가 대회 곳곳에서 파열음을 일으키고 있다. 아시안게임이라는 콘텐츠가 가진 특성을 이용하지도 못하고, 한계를 극복하지도 못하는 모양새다. 오늘도 대회를 바라보는 메인프레스센터(MPC) 취재진의 눈길은 차갑다. 선수들의 뜨거운 땀이 무의미하게 끝나버릴까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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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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