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토픽, '네이버와 전혀 다르게' 성공할까?

입력 : 2014-09-25 오후 6:18:24
[뉴스토마토 최준호기자] 카카오가 언론사, 잡지사, 인터넷 커뮤니티 등 110곳의 파트너와 손잡고 모바일 콘텐츠 서비스인 ‘카카오토픽’ 베타서비스를 지난 24일 시작했다.
 
커뮤니티나 전문잡지도 포함됐지만, 언론사가 대거 참여한 만큼 카카오토픽은 사실상 카카오가 선보이는 모바일 뉴스서비스라고 볼 수 있다. 
 
카카오는 네이버앱의 뉴스서비스와는 다른 방식으로, 모바일 이용자가 카카오 플랫폼에 더 오래 머무르게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네이버앱이 양질의 콘텐츠를 앱 내에서 긴 시간 소비하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카카오토픽은 공급하는 콘텐츠를 카카오톡이나 카카오스토리 등에 공유할 수 있는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
 
◇모바일의 ‘카카오’..역시 가볍다
 
카카오토픽을 다운받아 설치하면, 제일 먼저 연예, 스포츠, 시사, 꿀잼(유머), 여행, 패션·뷰티, 컬처, 인테리어·디자인, 건강·다이어트, 자동차, IT·모바일 등 분야별 관심사를 선택할 수 있다.
 
카테고리 지정 이후에는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앱 상단 노출 순위를 정할 수 있는데, 기자의 경우 시사, 스포츠, IT·모바일, 소셜 순으로 배치했다.
 
평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출퇴근 길 ‘네이버앱’에서 자주보던 야구뉴스를 카카오토픽에서 보려면 앱 실행 -> 스포츠 -> 야구 순으로 선택해 들어가게 된다. 카카오토픽의 최대 경쟁서비스인 네이버앱도 같은 단계를 거친다.
 
하지만 양 앱을 비교해보면 네이버는 단계마다 화면을 불러오는 약간의 시간이 걸리지만, 카카오는 매우 부드럽게 해당 단계가 진행돼 상대적으로 가볍고 경쾌한 서비스라는 장점이 있었다.
 
◇카카오토픽 설명(사진=카카오)
 
또 모바일 이용자들의 특성을 잘 이해한 카테고리 설정도 카카오의 고민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기자가 야구기사를 주로 읽는 것처럼, 모바일 이용자들은 짧은 시간에 흥미있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향이 강하다.
 
카카오토픽은 연예, 스포츠, 여행, 패션·뷰티, 컬처, 인테리어·디자인, 건강·다이어트 등 개인의 취향을 세분화하고 카테고리별로 우수한 매체들과 커뮤니티가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이용자들이 매일매일 앱을 실행시킬 수 있는 동기도 충분히 부여하고 있는 셈이다.
 
◇네이버와는 다른 길..’답정너’ 서비스가 될 우려도
 
카카오토픽의 최대 특징은 개인 취향 분석과 소셜필터링이 반영된 자동 알고리즘에 따라 기사를 노출한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보게 될 카카오토픽 첫 화면도 3시간에 한번씩 사진과 함께 노출 토픽이 변경된다. 다만 이 방식이 사용자들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최선’이나 뉴스서비스로써 ‘중립’적인 방식은 아니다.
 
네이버의 경우 PC서비스 첫 화면의 편집권은 뉴스스탠드에 참여한 언론사에게 넘겼지만, 모바일에서는 여전히 자체적으로 편집을 시행하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PC에 비해 기사 노출 공간이 현저히 부족해, 이용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로 구성된 편집인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하루 동안 카카오토픽 서비스를 써보니 자동 필터링치고는 놀라울 정도로 기사가 잘 정돈돼 있었다. 하지만 자주 보는 야구 카테고리에서 한국과 대만의 아시안게임 야구가 펼쳐지자 사진 기사들로 카테고리가 도배돼 필요한 정보를 찾아보는 데 불편함이 느껴졌다.
 
◇카카오토픽의 첫화면. 다음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뉴스 검색어와 카카오토픽에서 자동 '필터링'된 토픽이 노출된다. 또 각 카테고리별로도 파트너사들이 보낸 콘텐츠가 '자동적'으로 정렬된다. 자동 정렬 방식은 편향된 편집논란을 피해갈 수 있지만, 사용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품질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사진=카카오)
 
또 알고리즘에 의해서 선택된 ‘기사’는 카카오가 세워놓은 기준에 따라 “여기 좋아할 만한 콘텐츠가 있다. 답은 정해져 있으니 그냥 보면 된다"는 방식으로 나열된 기사다. 
 
상위 노출 기사 선정 기준은 개인의 취향 분석이 포함된 ‘알고리즘’이라는 이유로 공개되지 않는다. 결국 편집원칙을 밝히고 기사를 배치하는 다른 서비스들과는 다르게, 우선 노출되는 기사가 어떤 기준으로 선정되는지 오히려 외부에서는 전혀 알 수 없다. 
 
극단적인 가정이겠지만 만약 '반정부적'인 기사는 노출하지 않거나, 카카오에 부정적인 기사를 노출하지 않는 ‘알고리즘’을 구축해 놨다면 사용자는 그 기사를 카카오토픽 내에서 볼 수 없게 된다.
 
또 온라인 뉴스서비스의 백미인 댓글 기능이 빠진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카카오는 카카오토픽을 카카오 플랫폼 내에서 지인들과 콘텐츠를 ‘공유’하는 서비스로 접근해 굳이 '댓글'을 넣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지만 온라인뉴스 서비스에서 댓글은 사용자들간 의견을 나누는 필수적인 부분이다.
 
물론 무책임한 댓글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댓글 없는 카카오토픽의 뉴스서비스를 보다보니 반쪽짜리 뉴스를 보는 것 같은 허전함이 느껴졌다.
 
◇카카오토픽(좌)와 카카오앱(우)(사진=각사)
 
카카오가 이 방식을 택한 이유는 적은 인력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내고, 자체 편집자 없이 뉴스 서비스를 제공해 ‘공정성’ 시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자체 인력으로 모바일 뉴스를 편집하고, 사용자들의 댓글을 적극적으로 노출하는 네이버와는 정반대의 방향이다.
 
모바일 검색포털 ‘네이버앱’과 콘텐츠 공유서비스 ‘카카오토픽’은 기획의도는 다르지만, 사용자들은 뉴스 등 모바일 콘텐츠를 소비한다는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두 서비스를 찾는다.
 
네이버와는 완전히 다른 길로 모바일 뉴스서비스에 도전한 카카오토픽이 어떤 결과를 도출할지는 결국 사용자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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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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