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순 "올 경기 L자형..작년보다 어렵다"

"충당금 부담은 커지는데 수익성은 악화"
"추가 M&A는 부작용만 키워"

입력 : 2009-04-01 오후 3:03:00
[뉴스토마토 박성원기자]이백순 신한은행장은 1일 "올해는 작년보다 상황이 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L자형'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 은행영업 환경이 지난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고 털어놨다.
 
이 행장은 이날 명동 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금은 위기 극복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현재 연체율이 많이 올라가고 충당금 적립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며 "여기에 순이자마진(NIM)마저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신을 보유한 기업들의 부실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쌓는 것도 버거운 상황에서 은행의 주요수익지표인 NIM이 하락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정부와 채권은행들의 구조조정이 점차 본격화되면서 올해 은행권의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지난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해 모두 8772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이지만, 지난해 4분기에 쌓은 충당금이 4423억원에 이를 정도로 손실부담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이 행장은 그러나 올 1분기 영업실적에 대해서는 "어렵겠지만 흑자 시현은 가능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도덕적 해이' 논란을 빚고 있는 은행권의 고임금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의 입장이 달라 어려움이 있다"며 "노사간 논의가 필요하지만, 직원들 급여조정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달 18일 금융노사는 산별중앙교섭회의를 열고 임금단체협상을 벌였지만 산업은행과 국책은행들이 노사간 합의사항 이행에 난색을 표하면서 협상이 결렬된 바 있다.
 
최근 은행권에 대한 정부의 대출금리 하락 압박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내리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양도성예금증서(CD)에 연동돼 운용되는 금액이 CD를 통해 조달한 금액의 4배"라며 "CD 금리가 내려가는데 (왜 대출금리가 그대로냐는) 대출자들의 항의를 받으면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CD조달 금액과 CD에 연동돼 운용되는 대출금의 비율이 1:1에 가깝다면 CD금리 하락효과가 대출금리에 반영되겠지만, 금액 규모가 다르다보니 실제로 금리인하 여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나 하나은행의 경우 오는 6일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최고 1.7%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이 행장은 지배구조와 관련해 "신한은행의 재일교포 지분은 전체의 20%수준"이라며 "여기에 최근 지주사 증자 과정에서 종업원 지분율이 기존 1%대에서 4%대까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합산해 나온 지분율 25%에 신한은행에 우호적인 BNP파리바 지분 8.5% 등을 합치면 의결권 운영은 안정적이라고 강조했다.    
 
인수합병(M&A)을 통한 위기돌파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현재 신한은행과 신한카드의 고객기반은 모두 2500만명에 달한다"며 "여기에서 더 늘리면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흥은행과 LG카드를 인수하며 거대 금융그룹으로 거듭났지만, 더 이상의 M&A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 행장은 최근 일본 금융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현지법인 '신한재팬'에 대해서는 "얼마전 일본 금융당국 국장급 인사와 얘기를 나눴다"며 "이르면 올 상반기 안에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뉴스토마토 박성원 기자 wan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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