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하나기자] 저금리 시대를 맞아 투자 대안으로 주가연계증권(ELS) 시장이 각광받고 있다. 지난달 월 발행액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발행 규모가 크게 늘고 있다.
8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달 ELS 발행액은 8조3324억원, 발행건수는 2130건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발행액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하반기 들어 지속적인 상승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월별 주가연계증권(ELS) 발행규모. (단위:조원, 자료=한국예탁결제원)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초저금리 시대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주는 ELS 상품이 기존 예·적금 등 재테크 상품의 대안으로 부각되면서 ELS 발행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퇴직연금과 신탁, 보험 등 ELS를 활용하는 규모가 지속적으로 커지며 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며 "현재 시장 상황에서 ELS와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외에 적합한 상품을 찾을 수 없어 투자자와 판매자 모두 이 상품에 매달리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지수형 ELS 발행의 쏠림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지수형 중에서도 해외 지수형 발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지난달 해외 지수형이 6조2000억원 넘게 발행돼 사상 최초로 6조원을 넘어섰고, 기초자산 2개로 구성된 ELS가 3조6000억 넘게 활용돼 44.1% 비중으로 역대 최대였다고 분석했다.
(자료=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 한국예탁결제원)
이중호 연구원은 "해외 지수형은 계속 증가하고 국내 종목형은 감소하는 흐름이 이어지며 해외 지수형에 대한 쏠림 현상이 더욱 가속화 되고 있다"며 "이는 홍콩항생중국기업지수
(HSCEI)와 유로스톡스50(EURO STOXX50)의 역대 최대 발행 초과와 연관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코스피200보다 변동성이 높아 수익률 조건이 좋은 해외 지수 쪽으로 조합이 이동하고 있다"며 "또한 종목을 활용한 발행이 증가하지 못하자 '중국A종목바스켓+홍콩H종목바스켓'과 같은 이색상품이 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처럼 전반적으로 기초자산의 개수 증가만으로는 ELS 상품성 개선으로 이어지기 힘들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라며 "기초자산의 개수 보다는 기초자산 다양성 확보를 시도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팽창하는 ELS 시장의 문제는 없을까. 전문가들은 단순한 발행 금액 증가로 시장을 호평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지수형 쏠림 현상이 심화되는 것 역시 우려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이중호 연구원은 "투자자 입장에서 주식은 리스크가 너무 크고 채권은 이익이 너무 적어 그 중간적 성격의 ELS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고, 한동안 투자했던 펀드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의 기대 수익 욕구는 커져 결국 시장이 ELS로 쏠릴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며 "하지만 ELS도 결국 시장 수익률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염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주가가 소폭이나마 상승하고 기초자산간의 관계가 기존처럼 유지된다면 좋겠지만 이달들어 나타난 최근의 하락은 다시금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에서 무조건 발행 규모가 크다고 좋은 것으로 판단하는 것은 사실상 폭탄 돌리기를 하자는 의미밖에 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정지수 쏠림 현상 역시 차후 ELS 시장의 부담이 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해당지수가 안정적 흐름을 나타낸다면 부담이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어느 순간 이는 투자자의 손실, 더 나아가서는 ELS 시장 전체의 괴멸로 돌아올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이 연구원은 "단순히 전체 발행 규모가 크다고 시장이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상품과 투자대상 기초자산 풀이 넓어야 좋은 시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발행자나 투자자 입장에서 기존 기초 자산과 다른 자산의 개발과 고려에 집중하는 등 기존의 해외지수로 쏠린 쏠림 현상을 예방하기 위한 시도는 어떤 형태로 나타나든 현재 상황에서는 꼭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그는 "지수가 급락할 경우엔 일시적인 발행 감소 등 공동화 현상이 나타날 개연성이 있기에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