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도하개발아젠다(DDA)가 타결되면 국내 쌀값이 80㎏당 13만원대까지 폭락할 것이란 정부 보고서가 공개됐다.
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박완주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산업통상자원부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제출받은 '쌀 관세화 전환과 수입 가능성 보고서'를 보면, DDA 협상에서 우리나라가 선진국 지위를 얻을 경우 2023년 국산 쌀값은 80㎏당 13만8000원으로 예측됐다.
박완주 의원은 "이 보고서는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정부의 쌀 관세율(513%) 발표를 앞두고 분석한 것으로, 쌀값을 21만원대로 보장한다는 정부 발표와 크게 달라 쌀 농업계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DDA는 우루과이라운드를 이은 새로운 자유무역체계를 만들기 위해 지난 2001년부터 논의가 시작됐지만 그동안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의견 차이로 협상이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부터 본격적인 협상이 추진되고 있어 DDA 타결이 가시화되고 있다.
박 의원이 공개한 보고서에서는 정부가 쌀 관세율을 WTO에 통보해 회원국들과 관세화 전환에 합의하고 DDA가 타결될 경우, 지난해 기준 80㎏당 17만4871원이었던 국산 쌀값은 2023년이면 13만8000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박 의원은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에서 정부가 제시한 관세율(513%)을 지키더라도 DDA 협상에서 선진국 지위를 받게 되면 5년간 관세율을 46.7%나 감축할 가능성이 높다"며 "저율할당관세(TRQ) 물량도 현행 8%에서 11.5%로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쌀 관세율은 273%로 하락하고 17만8000톤을 추가 수입할 우려마저 낳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DDA에서 우리나라가 선진국 지위를 얻지 않고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더라도 2023년 국산 쌀값은 80kg당 14만8000원이 될 것이로 예측해 어떻게서든 쌀값 하락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또 80㎏당 국산 쌀값이 13만원대로 폭락하면 수입쌀은 15만1000원~21만9000원, 국산 쌀값이 14만원대이면 수입쌀은 24만4000원~41만원으로 전망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현재 17만원인 국산 쌀값을 21만원까지 인상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번에 공개된 보고서는 쌀값 보장은커녕 오히려 폭락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해 박 대통령이 공약과 정면으로 배치되고 있다.
더구나 정부는 쌀 관세화를 추진하면서 513%라는 고율관세를 유지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DDA 등에서 추가적인 쌀 수입 압력을 막겠다고 밝혔지만, 당장 대통령의 쌀값 보장 공약마저 못 지킬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에 앞으로 쌀을 추가로 개방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약속까지 무색해지게 됐다.
이에 박완주 의원은 "쌀 관세율 유지는 WTO 회원국들과 협상에 성공한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며 "앞으로 TPP와 DDA 협상에서 쌀을 지키려는 대통령의 약속과 법제화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쌀값을 현행 17만원에서 21만원까지 인상하겠다고 공약한 박근혜 대통령의 대통령선거 당시 플랜카드(사진=새정치민주연합 박완주 의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