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일부 증권사와 선물사가 외국계 회사로부터 불법으로 돈을 받고 자사 전용 한국거래소 주문시스템 연결서버를 부당 대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각한 국부유출의 위험이 제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올해 금융감독원이 포착한 정황에 따르면 KB투자증권, 신영증권, BS투자증권 등 증권사 6곳과 선물사 3곳에 대해 테마검사를 실시한 결과 4곳에서 FEP 서버 부당대여 혐의를 적발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FEP서버는 회원사가 거래소 주문시스템에 바로 연결할 수 있는 최전방 서버다. 외국계 알고리즘 매매 업체들이 매달 2억원 안팎의 대가를 지불하고 이 서버를 빌려 자체 제작 FEP 서버로 직접 거래를 할 경우 일반 투자자들에 비해 거래소 주문체결시스템과 물리적·기술적 거리 단축을 누리게 된다.
김 의원은 "이들은 촌각을 다투는 파생상품시장에서 속도의 우위를 선점해 재빠른 호가 파악과 주문체결을 통해 비싼 수수료를 지불해도 투자금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거래소가 실태파악 조차 전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래소가 의원실에 제출한 FEP서버 부당대여 관련 감리실적 결과, 'FEP 부당사용 가능성은 없다'는 게 거래소 답변이다. 금감원의 조사결과와 정면 배치되고 있는 것으로 국내 파생상품시장 거래로 인한 수수료 수입과 시장 규모의 축소를 우려해 실태를 묵인하고 있는 것으로 김 의원 측은 해석했다.
김 의원은 "금감원 또한 지난 5월에 진행한 검사결과를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공개하지 않고 시간을 끌고 있다"며 "검사대상이 대형 증권사를 제외한 일부 중소형 증권, 선물사들로만 한정해서 진행했고 이 또한 감독당국의 감시가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허술해 해외 업자들이 활개를 치고 있는 부산 IDC센터 서버실을 조사한 것이 아닌 개별 회사들에 대한 검사로만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사대상 선정의 축소 및 감독 당국의 단속의지가 매우 불투명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거래소에 신고된 알고리즘 거래 계좌수는 총 2833개다. 이 중 외국인의 알고리즘 거래계좌 수는 1255개이며 전체 알고리즘 계좌 비중의 44.3%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