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국내 대표 게임사인 넥슨과 엔씨소프트 사이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두 회사는 2011년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특별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넥슨코리아가 “엔씨소프트 주식 8만8806주를 장내매입 형태로 확보, 일본법인과 합쳐 보유지분을 14.7%에서 15.08%로 늘렸다”고 공시하면서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넥슨측은 지분매입 배경에 대해 “최근 엔씨소프트의 주가하락이 기업 본질가치보다 크게 낮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투자사 주가부양을 위한 대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엔씨소프트(036570)는 거부감을 드러냈다. 회사 관계자는 “업황이 어려운 가운데 꾸준히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다”며 “과연 단순 투자목적이라는 공시내용이 제대로 지켜보는지 계속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중요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조직 간 사전논의가 없었고, 공시가 뜨고 나서야 알게 돼 당혹스럽다는 설명이다.
이에 넥슨측은 “장외매입이 아닌 그저 공개시장에서의 매매라 자칫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어 공개적으로 알리지 않았으며 사전논의에 대한 문제는 경영진끼리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엔씨소프트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경영권 문제와 연관됐기 때문이다. 넥슨은 이번 거래를 통해 지분율 15% 이상을 확보했고, 현행법에 따라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했다.
기업결합 신고란 일정 규모의 회사끼리 지분거래가 이뤄져 시장 독과점 가능성이 있을 때 경쟁제한성 여부를 심사받는 것을 말한다.
통상 기준은 자산총액 혹은 매출액 규모가 1000억원 이상인 회사가 타사 지분율 20%를 취득하는 경우다. 만약 엔씨소프트처럼 상장사인 경우 지분율 15%가 적용된다.
여기서 핵심은 기업결합 전제조건이 ‘타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느냐’에 대한 부분이다. 즉 엔씨소프트로서는 이번 계기로 넥슨이 경영에 개입하지 않을까 의심할 수 있다.
현재 엔씨소프트 최대주주는 넥슨이지만 김택진 대표이사 역시 9.9%의 적지 않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김 대표가 창업자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누가 실질적 지배자인지 애매모호한 상황이다. 아울러 엔씨소프트는 지금까지 특별한 간섭 없이 자율성을 보장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변화의 조짐이 나타날 수 있다"며 "넥슨 입장에서는 약 8000억원에 이르는 인수대금을 지불했으나 대체 얻은 게 뭐가 있냐는 문제의식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양측은 지난 3년간 별다른 협업을 진행하지 않았으며 피투자사인 엔씨소프트는 온라인게임시장 위축과 맞물려 가파른 주가하락을 겪고 있다.
넥슨은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회사 관계자는 “엔씨소프트의 역량을 신뢰하고 있으며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의 토대를 공고히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를 외교적 수사로 이해하고 있으며 앞으로 두 회사 사이 갈등이 수면 위로 나오는 것은 아닌지 주목하고 있다.
◇ 엔씨소프트 판교 사옥 (사진=엔씨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