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성문기자] 국제 유가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3.90달러(4.6%) 급락한 81.84달러로 마감했다.
유가는 종가 기준으로 2012년 6월28일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고 일간 하락률로는 2012년 11월 이후 최대를 나타냈다.
◇최근 6개월 WTI 추이(자료=investing.com)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물 브렌트유 가격도 전장보다 배럴당 3.85달러(4.33%) 밀린 85.04달러에 마감했다. 이 역시 종가 기준으로 2010년 11월23일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고 일간 하락률로는 2011년 9월 이후 최대를 기록한 것이다.
이날 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향후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날 보고서를 내고 올해 원유 수요 증가율이 5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IEA는 올해 일일 원유 수요량을 당초 예상치보다 22% 적은 70만배럴로 수정했다. 현재 전 세계 수요는 하루 평균 92만배럴이다.
IEA는 최근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면서 원유 수요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유로존을 둘러싼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된 유로존 국가들의 지표는 대부분 부진했다. 민간 연구소 유럽경제연구센터(ZEW)가 집계한 독일의 10월 투자자 경기신뢰지수는 (-)3.6을 기록하며 10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또한 2012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대로 떨어졌다.
최근 독일에서 경제지표들이 일제히 부진하게 나오자 이날 독일 경제부는 독일의 올해와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같은 날 발표된 영국의 물가 상승률 역시 5년만의 최저치로 낮아지며 전월 수치와 시장 전망치를 모두 밑돌았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특히 유로존이 다시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와 같은 글로벌 경기 둔화가 유가 수요 둔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유가에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IEA는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감산을 단행할 가능성은 낮다고 밝히면서 유가 낙폭을 넓혔다.
앞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유가가 낮아도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쿠웨이트와 리디아 역시 같은 입장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OPEC 회원국들이 현재 유가 하락을 막기보다는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경쟁에서 이기는데 더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에 가격 방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이런 이유로 오는 27일 열릴 정례 석유장관 회담에서 감산에 대한 가능성도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가파른 하락을 지속하고 있는 WTI가 80달러 아래로 추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산유국들의 감산 결정 없이는 수급의 문제가 해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앤소니 러너 RJ오브라이언 선임 부사장은 "현재 에너지 시장에서 상당한 수급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것이 바뀌기 전까지는 유가 하락세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 맥길리언 트래디션에너지 전략가 역시 "OPEC이 어떤 행동을 취하거나 경제가 개선된다는 조짐을 보이기 전까지는 유가 하락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80달러가 쉽게 붕괴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칼 래리 오일아웃룩스&오피니언스 대표는 "유가가 80달러 이하로는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며 "특히 뉴욕 유가는 현재 공급이 과도하지 않기 때문에 상황이 좋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OPEC 국가들은 문제가 많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