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와 면담을 위해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들어서고 있다.ⓒNews1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삼성전자와 페이스북 간 협력관계가 깊이를 더하면서 양사 간의 협력이 어떤 결과물로 이어질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드웨어 최강자와 소프트웨어 최강자의 만남이니 만큼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와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페이스북 경영진은 지난 14일 한국을 방문해 15일까지 이틀에 걸쳐 삼성전자와의 스킨십을 이어갔다. 첫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찬을 한 데 이어 다음날에는 수원 삼성전자 사업장을 직접 둘러봤다.
페이스북 경영진과 삼성전자 경영진과의 미팅 일정에 대해 페이스북 측이나 삼성전자 측 모두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15일 수원 사업장 방문일정과 관련해 삼성전자가 짧은 보도자료를 낸 것이 전부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페이스북 경영진들은 이날 신종균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해 전 사업분야 임원들과 업계 현황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사실상 두 회사의 경영진들이 총 출동해 전면적인 면담을 한 셈이다.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판매량은 연간 4억대 수준에 이르고, 페이스북은 전 세계에 13억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양사 모두 자기분야 최고를 달리고 있지만, 미래에 대한 한계에 봉착한 점도 비슷하다.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이 추락하며 스마트폰 대안 찾기에 분주한 상황이고, 페이스북도 사용자 이탈에 가속도가 붙었다. 양사 최고 경영진들이 머리를 맞댄 만큼 특별한 결과가 기대될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페이스북과의 협력 강화를 계기로 '페이스북 전용폰'을 출시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페이스북은 현재 대부분의 스마트폰에서 앱만 설치하면 손쉽게 사용할 수 있고 위젯도 다양하기 때문에 사용자들로부터 전용폰의 필요성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과거 SK커뮤니케이션즈가 SK텔레콤을 통해 '싸이월드 전용폰'(싸이폰)을 출시하려다가 실패한 사례도 비슷한 관점에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IT업계 관계자는 "굳이 만들려고 하면 지금보다 인터페이스를 더 편리하게 해서 페이스북 전용폰을 만들 수도 있겠지만, 사업성은 떨어질 것"이라며 "구글처럼 운영체계(OS)의 문제라면 전용폰이 의미가 있지만, 앱을 내세운 전용폰은 의미가 없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페이스북의 경우 전용폰보다는 앱을 선탑재하는 수준의 협력이 유력하다고 보고, 이와는 별도로 페이스북이 보유하고 있는 다른 소프트웨어의 협력에 더 주목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세계 최대의 모바일 메시지 서비스회사인 '와츠앱' 인수를 이달 초 마무리했고, '인스타그램'이라는 글로벌 경쟁사도 인수했다. 인스타그램은 10대들에게 인기가 있는 SNS로, 국내 한류스타들이 중화권에서 팬관리에 활용한다.
가상현실 헤드셋(VR) 부문에서의 협력은 현실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초 공개한 가상현실 헤드셋 '기어VR'은 페이스북이 올 초에 인수한 오큘러스와 협업해 만든 합작품이다. 스마트폰을 부착한 고글 모양의 헤드셋을 쓰면 사용자가 직접 영상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3D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활용하면서 헤드셋의 가격은 크게 떨어뜨려 소비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지만 아직은 시제품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양사가 협업하면 기어VR은 최고 수준의 센서기술과 콘텐츠를 함께 제공할 수 있게 된다.
페이스북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삼성전자는 부품공급과 완성품 생산을 담당하면서 가상현실 헤드셋이라는 새로운 신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페이스북과의 협력 부분은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면서도 "가상현실 헤드셋 시장은 새로운 개척분야로 관심을 받고 있는 부분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