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 없는 스마트폰..삼성전자도 다시 '모방'

입력 : 2014-10-24 오전 10:39:26
◇아이폰6플러스(왼쪽)와 갤럭시노트4(사진=애플, 삼성전자)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삼성전자가 다시 모방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시장 지배자답게 혁신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끊이질 않았지만 삼성전자가 다시 선택한 대안은 모방이다. 스마트폰 시대를 열어젖힌 원조 애플조차 삼성전자의 대화면을 쫓으면서 시장에는 획일성만 난무하게 됐다. 중국이 빠르게 치고 올라올 수 있는 기반이다.  
 
지난 23일 삼성전자가 연내 모바일 송금서비스를 개시, 모바일 금융시장에 뛰어들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모바일 금융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예고됐다. 이미 '카카오 페이'로 모바일결제 시장에 진출한 다음카카오가 11월 송금서비스가 추가된 '뱅크월렛 카카오' 출시를 예고한 가운데, 애플은 지난 20일 iOS 8.1배포와 함께 미국 내에서 '애플페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종전 중소기업과 PG(전자결제대행업체)사들의 영역으로 분류됐던 모바일 금융시장에 내로라하는 IT 거물들이 속속 뛰어들고 있는 것. 특히 삼성전자의 송금서비스 계획은 애플의 모바일결제서비스 '애플페이' 발표 이후 공개되면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양강이 전장을 옮겨 또 한 번의 격돌을 예고했다는 점에서 단숨에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신흥 IT강호로 떠오르고 있는 다음카카오를 견제하고자 하는 의도도 엿보인다.
 
시장 일각의 따라하기 지적에 대해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부터 중국 국영 카드사인 유니온페이와의 제휴를 통해 모바일결제 시장에 진입했던 경험을 들면서 적어도 '애플 따라하기'는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다. 또 준비기간 등을 들면서 서비스의 완성도에 있어 진정한 차별화가 있을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모바일금융 서비스는) 그동안에도 기술력이 없어서 안 한 것이 아니라 은행이나 가맹점 등이 참여하는 플랫폼이 형성돼 있지 않았을 뿐"이라며 "애플도 그런 플랫폼이 만들어져서 시작한 것이고, 삼성도 그런 생태계를 형성해서 시작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반론대로 모바일 송금시장에서의 성공 관건을 플랫폼에 제한할 경우 오히려 취약점만 드러난다. 삼성전자의 송금서비스는 갤럭시 스마트폰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삼성월렛 앱만 연동되고, 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금융사가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씨티은행, 우체국 등 6개로 제한돼 있다. 반면 카카오는 안드로이드폰과 애플폰 모두에서 사용이 가능하고, 모든 은행과 서비스제휴를 맺고 있다. 확장 가능성의 차이다.
 
한 IT업체 관계자는 "모바일 금융은 원래 구글월넷이나 MS포켓 등 OS사업자들이 시작했고, 국내에서는 SKT 등 이동통신사들이 주도적으로 해왔다"면서 "해외의 경우도 금융기관이나 통신사, 단말기 제조사들까지 제 각각 참여한 경우 범용성이 떨어져 서비스가 크게 확장이 되지 못했다"고 삼성전자의 모바일 금융서비스 성공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업계 의견처럼 삼성전자의 모바일 금융서비스가 긍정적인 결과를 얻어내지 못할 경우 또 다른 모방의 실패사례로 남을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4 국내 출시와 함께 무료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음원서비스 '밀크'를 선보였다. 멜론 등 기존 음원서비스 앱이 유료화 돼 있는 상황에서 '공짜음악'이라는 점이 시장에 던져주는 메시지는 아주 강렬했다. 앱이 출시되자 마자 구글 플레이스토어 무료앱 순위 1위를 기록할 정도로 단기간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밀크 역시 애플의 '아이튠즈 라디오'와 유사한 형태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아이튠즈 라디오는 애플 기기를 사용하고 미국 계정이 있는 사용자에게 약간의 광고가 들어 있는 음악을 공짜로 제공한다.
 
삼성전자의 밀크는 채널을 고르듯 랜덤으로 설정되는 '스테이션'에서 라디오와 같이 공짜로 음악을 듣는 방식이다. 삼성 스마트폰 사용자에게만 국한된 서비스라는 점 등 광고만 없을 뿐 아주 흡사하다.
 
다른 점은 최근에 발생했다. 삼성전자의 밀크뮤직은 발표한 지 불과 3주만에 유료화 전환으로 정책을 바꿨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가 밀크에 음원을 제공하는 소리바다에 계약위반 통보를 하면서 을의 입장인 삼성전자가 장기적으로 무료화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유료화로 전환하겠다고 시기를 늦추기는 했지만 이마저도 음저협의 반대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밀크의 유료화 전환 문제는 음악 콘텐츠의 저작권 문제라는 뿌리깊은 음악계 갈등이 이면에 자리잡고 있지만, 그 이전에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이 왜 사전에 꼼꼼하게 저적권 문제 해결 없이 '무료'라는 점을 꺼내들며 성급하게 서비스를 출시했는지는 사용자들에게 크나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삼성전자의 모방이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있는 부분은 소프트웨어뿐만이 아니다. 이미 디자인에서부터 애플과 상당 기간 소송전을 치렀던 삼성이다. 또 애플의 아이폰이 갖고 있던 메탈 프레임을 지난 9월 출시한 갤럭시 알파에서부터 차용하기 시작했고, 하반기에 출시된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4와 갤럭시노트엣지에도 장착했다. 국내에서는 앞서 팬택이 아이언 시리즈를 통해 메탈을 처음으로 스마트폰에 적용했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질 않았다. 기존 플라스틱 프레임보다 공정 과정이 5~6배 걸리는 메탈 프레임을 적용하면서 공급일정에 차질을 빚은 것이다. 메탈 프레임 공급량이 예상보다 크게 떨어지면서 글로벌 출시 일정에도 제동이 걸렸다. 주력인 갤럭시노트4의 경우 물량이 부족해서 한국 이외의 국가에 공급 일정이 늦춰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최근 극도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새로운 시장 창출 등 시장 선도자로서의 역할보다는 밀크뮤직이나 모바일금융 등 부가서비스 부문에 치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이는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사용자들 입장에서는 다양한 서비스의 출현과 함께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이점도 크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도 "음원서비스나 송금서비스 모두 그 자체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수익모델이 아니다"라며 "모바일시장의 기능이나 차이가 적어지고, 그러면서 경쟁이 심해지니까 부가서비스나 편의기능으로 차별화를 주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삼성전자가 애플전략을 추종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고, 메탈 외장재의 경우 생산능력과 대응력에 제약이 뒤따르고 있다"며 "갤럭시노트 엣지가 플랙서블(휘는) 디스플레이 초기단계를 보여주고 있지만, 진정한 혁신을 위해 OLED 강점을 바탕으로 폴더블(접히는) 디스플레이까지 조기 구현할 필요가 있다"고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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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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