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대실적인데..SK하이닉스, D램 편중성 고민

박성욱 사장 "낸드플래시 강화, 파운드리 사업 다각화할 것"

입력 : 2014-10-24 오전 11:42:12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사상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SK하이닉스가 D램 일변도의 사업구조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스마트폰 하나만으로 실적 행진을 벌이던 삼성전자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다.
 
이는 곧 사업구조 다변화에 대한 행동을 예고했다. 후발주자인 만큼 경쟁사 대비 기술력, 영업 네트워크 등의 측면에서 열세인 낸드플래시 사업에 집중하는 동시에 전체 매출의 3% 미만인 파운드리 사업 비중을 점차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사진=SK하이닉스)
박성욱 SK하이닉스(000660) 사장은 23일 반도체의 날 행사가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는 낸드플래시 사업 강화에 가장 주력하고 있다"며 "기존의 LCD 구동드라이버(LDI) 파운드리 사업 이외에도 계속해서 고객사를 다변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낸드플래시 사업의 미래로 꼽히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에 대한 의지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박 사장은 "좋은 기업이 있다면 지속적으로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2년 미국 컨트롤러업체 LAMD를 인수하고 '플래시솔루션 디자인센터'를 설립하는 등 그간 SSD 개발에 공을 들여왔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매출액 4조3120억원, 영업이익 1조3011억원, 순이익 1조950억원의 분기 기준 사상 최대 경영실적을 내놨다. 특히 영업이익률 30%, 순이익률 25% 등 주요 수익성 지표에서 모두 역대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하지만 D램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70%를 상회하며 높은 편중성도 고스란히 드러냈다.
 
다만 낸드 사업이 비교적 호조를 나타내며 3분기 들어 점차 포트폴리오를 회복하는 모양새다. 전분기 적자를 기록한 낸드 사업은 3분기 흑자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6 낸드 탑재량 상승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지난 분기까지 전체 매출의 79%를 차지하던 D램 비중이 76%로 소폭 감소했고 낸드 사업은 18%에서 21%로 상승했다. 이날 박 사장이 "(낸드 사업이) 점점 좋아질 것"이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을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럼에도 종합반도체 기업을 표방하는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D램 시장에서 기술 리더십을 유지하는 한편 낸드, SSD, 시스템반도체 사업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와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특히 정체된 반도체 시장의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대만, 중국, 미국 등 곳곳에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히 중국의 공세가 매섭다. 팹리스, 파운드리를 적극 육성하고 있는 중국이 반도체 분야에서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반도체산업 발전기금, 대규모 집적회로(IC) 제조장비 및 공정기술 개발 등 전방위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 결과 반도체 설계분야(팹리스) 매출액은 지난해 57억600만달러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28.1%나 늘었다.
 
세계 최대의 프로세서 제조업체인 인텔 역시 파운드리 시장에 진입한 상황. 지난해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쟁사 대비 최소 한 세대 이상 앞선 공정을 보유한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에 뛰어들면서 대만 TSMC가 지배하고 있는 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올해 4조2000억원대의 대규모 투자에 이어 내년에는 투자 규모를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까지 약 3조9000억원의 시설투자를 집행했으며, 내년 하반기 완공 예정인 M14에도 설계 변경 및 환경안전 투자 등을 위해 연내 약 3000억원을 추가 투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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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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