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전자업계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3분기 성적표가 공개됐다. 수치상으로는 여전히 삼성전자의 압승이지만 흐름 면에서는 LG전자가 웃었다. 삼성전자는 정확히 1년 만에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이 반토막난 반면, LG전자는 2배 가량 영업이익이 급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30일 3분기 연결기준 영입이익 4조60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60% 급감한 극심한 부진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초로 영업이익 10조원 시대를 열어젖힌 지 1년 만의 추락이다. 갤럭시로 대표되는 무선사업부(IM) 영업이익이 1조750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6조7000억원에 비해 5조원 가량 급감하면서 전사 실적을 끌어내렸다.
LG전자는 하루 앞선 29일 연결기준 3분기 영업이익 4612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112% 급증했다. 특히 그동안 극도로 부진했던 MC사업본부 영업이익이 1674억원으로, 5년 만에 분기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전체 실적을 이끌었다. 손익분기점조차 달성하기 힘들던 미운오리새끼에서 백조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양사의 극명한 흐름은 스마트폰 사업 실적에서 비롯됐다. 지난 1년간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 성장률은 -11%로 역성장한 반면, LG전자는 40%라는 비약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3분기 35%에서 올 3분기 24.7%로 떨어진 반면 LG전자는 4.7%에서 5.2%로 늘어났다. 물론 아직 LG전자가 삼성전자에 적수가 되지 못하지만 흐름을 탄 것만은 분명하다.
성장 한계의 벽에 부딪힌 삼성전자는 시장의 우려를 한몸에 떠안으며 고개를 숙였다. 실적 발표 다음날인 31일 창립 45주년 행사마저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내부행사로 조촐히 치러야만 했다. 반면 LG전자는 휴대폰 사업의 부활을 확인하면서 향후 기대감에 부푼 모습이다. 갈 길은 멀지만 그간의 패배감은 씻어내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양사가 처한 상황은 모두 불투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특히 LG전자의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비록 LG전자가 G시리즈를 통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 안착하고, 이를 기반삼아 중저가 보급형 시장에서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프리미엄 시장은 애플 독주로 변할 위기에 처했다. 갤럭시마저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G의 프리미엄 이미지만으로 하위 라인업이 버티기에는 역부족이란 평가다. 여기에다 화웨이와 샤오미 등 중국 후발주자들이 신흥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면서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설 자리는 지극히 좁아졌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LG전자는 3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1680만대를 판매해 점유율 5.2%로 4위로 밀렸다. 3위 자리는 1800만대(점유율 5.6%)를 판매한 샤오미가 차지했으며, 화웨이도 1610만대(점유율 5.1%)를 판매하며 LG전자 턱밑까지 추격했다. 특히 이들이 자국의 든든한 수요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LG전자의 신흥국 공략이 절실히 요구되지만 이들 국가에서 LG전자의 힘은 초라할 뿐이다.
영업이익 4조원에 고개 숙인 삼성전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흐름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며 전략적 실패를 시인하고 다시 신발끈을 조이고 있다. 라인업을 다양화하는 한편 신흥시장 공략에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내부는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환 지 오래다. LG전자가 영업이익 4000억원에 축포를 터트리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왼쪽), 여의도 LG트윈타워(오른쪽). (사진=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