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7.24대책에 이어 9.1부동산 대책까지 박근혜 정부가 연이어 강력한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내놓으면서 시장 기대감이 커진 상태다.
이같은 분위기에 건설사들은 분양을 미뤄뒀던 단지들을 한꺼번에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강남3구, 위례, 동탄2 등 이름난 지역만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할 뿐 일부 지역은 낮은 경쟁률 탓에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올해 들어 가계부채가 급증하는데다 기업들의 경영여건 마저 점차 악화되면서 국내 소비심리가 급랭하고 있다.
일각에선 여러 부정적 요소들이 국민들의 경기체감과 복합적으로 맞물려 지난 2008년 당시 '미분양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분양 '쏠림현상' 심각..강남3구·위례·동탄2 청약 몰려
5일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분양 비수기인 11월 전국 53곳, 총 4만9710가구 중 3만8426가구(국민임대, 장기전세 제외)가 일반 분양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늘어난 물량이다. 수도권에서는 32곳, 2만2233가구가 일반 분양물량으로 나온다. 그야말로 분양물량이 쏟아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올 하반기 평균 청약경쟁률이 올라가면서 시장 분위기가 좋지만, 일부 인기 지역에만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10월까지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 아파트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23.6대 1인 반면, 비강남권 22개구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1.7대 1에 그쳤다.
같은 기간 경기·인천의 경우 4.4: 1로 높았는데, 특히 위례·동탄2 신도시 등이 대규모 물량이 공급되면서 전체 청약경쟁률을 끌어 올린 것이다.
◇미분양 아파트(일반분양) 물량 추이.(자료=국토부)
실제로 지난 10월 22일 경기 화성 봉담에서 청약이 진행된 A단지는 1249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974명이 청약해 평균 0.78대 1을 기록했다.
지난달 15일 경기 양주에서 청약을 실시한 B단지는 562가구 모집에 478명이 청약해 0.85대 1, 수원 영통의 C단지는 659가구 모집에 584명이 청약해 0.88대 1의 낮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외에 고양 삼송 D단지(평균 청약경쟁률 0.72대 1), 수원 E단지(0.48대 1), 평 택F단지(0.84대 1) 등도 미분양이 발생했다.
간신히 청약 마감한 건설사들도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 지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여윳돈을 보유한 실수요자들이 소위 '돈되는 물건' 하나만 노리면서 소규모 단지나 특별한 호재가 없으면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대책 덕분에 미분양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지만, 올 하반기 들어 대규모 물량이 수급조절 없이 시장에 쏟아지고 있고 시장상황도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미분양이 다시 증가할 수 있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일부 대형 평형을 제외하고 청약 마감했지만,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 지는 두고 봐야 한다"면서 "통상 전체 청약의 약 30~40% 정도는 중간에 청약을 포기해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 팀장 역시 "올 하반기 건설사들의 밀어내기 물량이 쏟아지고 있고, 분양값이 저렴하고 입지가 좋은 아파트로만 청약이 대거 몰리면서 '쏠림 현상'이 심화됐다"면서 "경쟁력이 없는 단지의 경우 대량 미분양 사태가 발생해 하우스푸어나 깡통집이 양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베이비부머→자영업→가계부채 ‘위험’ 수준..하우스푸어·깡통집 우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지난 6월말 기준 1040조원에 달했다. 지난해 가계부채에 따른 개인회생 신청건수는 10만5885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체 가계부채 중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약 50%에 이르고 특히 3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이 25%에 달한다.
물론 가계부채가 높다고 경제상황을 비관적으로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자산비중이 주택에 집중된 우리나라의 경우 불투명한 경제상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쉽게 말해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할 경우 갑작스런 금리 변동이나 집값 하락 등 외부 위험성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자산의 포트폴리오가 잘 갖춰져 있지 않다는 얘기다.
특히 채무상환능력이 부족한 은퇴 계층(베이비부머)이 자영업으로 뛰어들면서 주택담보대출이 일부 부실화 될 가능성이 높다.
◇2014년 주택담보대출 견조한 성장세 지속.(자료=한국은행, 메리츠종금증권)
한국은행은 최근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은퇴 연령층이 자영업 진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일부 업종의 낮은 수익성 탓에 주택담보대출의 부실화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 정부가 LTV(주택담보대출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완화 등 부동산 살리기 정책을 펴면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면서 상대적으로 채무상환능력이 떨어지는 베이비부머의 가계부채 문제가 표면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국민은행의 10월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84조6296억원으로 지난달보다 8365억원 늘었다.
이는 지난해 10월말 잔액(79조658억원)보다 5조5638억원(7.0%) 늘어난 수치로 10개월간 대출 증가세가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3.5%, 한국은행 전망치)의 2배에 달했다.
여기에 기업의 체감경기 역시 크게 악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72로 전월 대비 2포인트 떨어졌고, 특히 수출기업의 BSI는 70으로 지난 2009년 3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던 56을 기록한 뒤 5년 7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경기불황은 대기업→중소기업(협력사)→소상공인(자영업)으로 단계적으로 전이돼 국가 전체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임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취약계층의 경우 고용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해 경기가 부진하면 부채상환능력도 낮아지기 때문에 향후 금융 전반의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