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경기자] 가파른 엔화약세로 일본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난관에 봉착했다.
사업 확장 속도를 늦추거나 일부 기업은 수익성이 부진한 매장을 정리하는 작업도 준비하고 있는 눈치다. 추가적인 엔화약세가 이어질 경우 버티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5일 원·엔 환율은 2008년 8월 이후 6년 2개월 만에 처음으로 940원대로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환율이 900원선을 이탈할 가능성까지 염두하고 있다.
화장품과 패션 등 일본시장에 진입한 업체들은 가파른 엔화약세를 지켜보며 한숨만 내쉬고 있다. 지난해부터 지속된 엔저 여파로 매출이 반토막 난 업체들도 상당수다.
아모레퍼시픽(090430)도 럭셔리 브랜드 '아모레퍼시픽'을 지난 2006년 일본시장에 론칭한 지 8년 만에 매출 부진으로 결국 전격 철수를 결정했다.
지난 2012년 일본 화장품업체 '긴자스테파니'를 인수한데 이어 2013년 1월과 2014년 2월에 각각 이너뷰티 업체 '에버라이프'와 건강기능식품 업체인 'R&Y' 등을 차례로 인수했다. 상당한 자금을 투입해 점점 덩치를 키우고 있지만 기대 이하의 실적으로 고전 중이다.
국내 화장품 업계 양대산맥도 일본에서 맥을 못 추는 상황이니 다른 기업들 사정 역시 불 보듯뻔한 상황.
업계 관계자는 "엔저가 일본에 진출한 국내 업체들의 사세확장의 가장 큰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고있다"며 "공격적인 유통 전략에서 보수적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추세다. 아마 내년 상반기까지 상황이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일본시장에 진출한 기업들이 가장 난감한 처지다. 사업 확장을 위해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던 타이밍에 엔저라는 장애물과 맞딱뜨리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랜드는 간판 SPA 브랜드 미쏘, 스파오를 들고 야심차게 일본시장에 진출했지만 사업 초반 녹록치 않은 환경 탓에 적극적인 확장에 나서기 꺼려하는 분위기다.
두 브랜드 모두 현재 각각 2개의 단독매장을 운영중으로 내년에는 핵심 상권에 매장을 추가로 오픈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조금 더 신중하게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1,2호점 매장도 우선은 테스트성 성격으로 봐야한다. 일단 현재 운영하고 있는매장에 집중할 생각"이라며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나온 추가 매장 확대 계획은 없는 상태"라고 답변했다.
한편, 한편 국내에 진출해 있는 대표적인 일본기업 유니클로 역시 수익성 둔화에 직면했다. 엔저에 따른 원가 상승으로 일본에서도 30년만에 처음으로 지난 8월 가격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때문에 조만간 국내에서도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낼 수 도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3년간 국내 매출은 계속 늘어나는데 반해 엽업이익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가까스로 10%대를 유지했지만 올해는 한 자릿 수로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료=유니클로)
그렇다고 엔저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섣불리 단가 인상을 시도하기도 어렵다는 것이 유니클로의 입장이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엔화 움직임에 따라서 즉각적으로 가격을 조정할 수는 없다"며 "중장기적인 가격정책에 대해서 예단하긴 힘들지만 일단 당분간은 국내 가격인상에 대해 검토 중인 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