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잠실 지하철 9호선 공사장 주변 건물들이 기우는 현상이 예상보다 심각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기울어진 것으로 알려진 잠실동 백제고분로 주변 건물은 11일 오전 보수 공사 중이었다. 땅속 약 10m까지 말뚝을 박아 건물이 더 이상 기울어지지 않도록 하는 공사다.
공사를 담당한 변항용 고려E&C 대표는 "지하철 공사로 지하수가 흐르면서 흙들이 침전돼 공간이 생겼고, 이 부분이 꺼지면서 건물이 기울어졌다. 싱크홀과 같은 원리"라며 "더 단단한 지반에 말뚝을 박았기 때문에 건물은 더 이상 기울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잠실 기울어진 빌라 뒷편 상가 건물 옆면. 타일 선(빨간 점)을 보면 오른쪽 건물이 왼쪽 건물보다 지하철 9호선 공사장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사진=뉴스토마토)
변 대표는 주변 건물들도 안전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수 공사 중인 건물과 인접한 건물도 침하됐다고 주장했다. 그 증거로 건물 기둥들에 같은 높이의 선을 긋고 1층 주차장 천장까지 거리를 측정했다. 선에서 천장까지 높이는 지하철 공사장쪽 기둥이 반대편보다 약 17cm 짧았다. 변 대표는 건물이 그 만큼 침하된 것이라고 말했다.
변 대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큰 도로 옆 상가 건물도 기울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가 건물 지하에 물이 고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하수구로 빠져 나가야 하는 물이 고이는 것은 설계보다 건물이 기울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상가 건물의 옆을 보면 다른 건물보다 살짝 기울어져 있었다.
변 대표는 "이 블록 뿐 아니라 건너편 블록의 건물들 중에도 기울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다른 건물들까지 안전 진단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반론도 있다. 잠실본동 주민센터 측은 "지하철 9호선 공사 때문에 건물이 기울어졌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10년 전부터 기울어진 건물이 있었다는 주민 제보도 있기 때문에 부실 시공일 가능성도 있다. 송파구청과 서울시의 조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송파구청의 전문가들은 주변 건물들의 기울어짐 정도를 조사했다. 송파구청은 조사 내용을 토대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11일 송파구청 관계자들이 백제고분로 상가 건물의 기울어짐 정도를 검사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