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의 요르단전, 눈에 띄는 '다섯 가지'

입력 : 2014-11-15 오전 10:35:26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축구대표팀의 울리 슈틸리케(60·독일) 감독이 다양한 실험을 꾸준히 이어가는 가운데 대표팀의 경기력 변화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보면 일단 나쁘지 않다. 슈틸리케는 지난 14일 밤(한국시간) 요르단 암만의 킹 압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원정 평가전에서 의미 있는 수를 꺼냈다. 대표팀은 이날 전반 34분 한교원(전북)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
 
지난달 파라과이전(2-0승)과 코스타리카전(1-3패)을 치른 슈틸리케 감독의 세 번째 평가전이었다. 슈틸리케는 이전과 다른 실험을 하는 한편 자신의 축구 성향을 더욱 짙게 선보였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도 적지 않았다. 이날 경기에서 눈에 띈 부분은 크게 다섯 가지다.
 
◇박주영(왼쪽)과 울리 슈틸리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직접 뽑은' K리거, 한교원-차두리
 
요르단전에서 선발 출장한 한교원은 전반부터 오른쪽에서 활발하게 움직였다. 그 뒤에서 풀백으로 뛴 차두리(서울)는 주장 완장이 무색하지 않게, 노련하고 쉽게 공을 처리했다. 둘의 간격 유지도 적절했다.
 
한교원은 오른쪽과 중앙을 오가며 요르단 수비진을 흔들었다. 차두리는 앞으로 나갈 때와 뒤로 들어올 때를 잘 조절했다. 이번 대표팀에서 골키퍼 정성룡(수원)과 김승규(울산)를 제외하면 K리거는 둘뿐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홍명보호의 주축 선수들을 다시 불러들인 상태다. 직접 눈으로 보고 판단하겠다는 의중이다. 그러나 홍명보호에서 중용되지 않았던 한교원과 차두리의 경우 자신이 직접 K리그 경기장에서 보고 선발한 선수들이다.
 
◇슈틸리케의 '황태자'로 거듭난 남태희
 
남태희(레퀴야SC)는 전반부터 사실상의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해냈다. 중앙에서 직선으로 움직이며 공격의 연결고리를 수행했다. 패스로 풀어나가는 장면은 물론이고 이따금 요르단 수비진을 헤집어 직접 활로를 뚫기도 했다.
 
남태희는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가장 좋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대표팀의 중원을 지키던 기성용(스완지시티)이 빠지면서 상대적으로 더욱 자신의 색을 드러낼 수 있었다. 남태희는 슈틸리케호 출항 이후 3경기에 연속 출장했다. '카타르 메시'로 불리던 그가 슈틸리케호의 황태자로 거듭났다.
 
◇'공격도 적극적' 한국영의 변화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두 차례의 평가전에서 '멀티 플레이어'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뛰어난 선수 한 명이 경기를 조율하는 것보다는 많은 선수가 경기를 읽고 최상의 판단을 내리길 원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영(카타르SC)이 요르단전에서 보인 플레이는 이전과 달랐다. 그는 과거 기성용(스완지시티)과 중원에서 함께 뛰며 주로 수비에 치중했다.
 
한국영은 홍명보호 시절 "나는 경기 후 유니폼이 가장 더러워야 한다"고 마당쇠 역할을 자처했다. 하지만 요르단을 만나서는 과감한 중거리 슈팅을 날리고 전진 패스를 하는 등 공격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물론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유니폼이 가장 더러워질 정도의 억센 모습도 잃지 않았다.
 
한국영은 슈틸리케 감독이 여러 선수가 공격 작업에 참여하는 것을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그런 변화를 수용하려는 조짐이 요르단전에서 보였다.
 
◇박주영 '화끈한 지원' 받고도 기대 이하
 
슈틸리케 감독은 국내 여론이 박주영(알샤밥)에게 얼마나 주목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그는 요르단전에 앞서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고 박주영의 선발 배경을 설명했다. 훈련부터 경기까지 모든 것을 챙겨 보겠다는 뜻이었다.
 
예상대로 박주영은 요르단전에서 90분을 전부 뛰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에 손흥민(레버쿠젠)과 이청용(볼턴)까지 모두 투입하며 박주영을 확실히 지원했다. 차두리가 후반 시작과 동시에 나가면서 주장 완장도 그의 몫이었다.
 
그러나 박주영의 플레이는 날카롭지 못했다. 한 차례 강력한 슈팅을 날리기는 했으나 그 뿐이었다. 분명 박주영은 지난 브라질월드컵보다는 활동 반경도 넓어지고 몸이 가벼웠다. 하지만 동료들과의 연계 플레이나 스트라이커로서 경쟁력은 아직 이동국(전북)이나 김신욱(울산)보다 나을 것이 없어 보인다.
 
◇정성룡의 애매했던 위치 선정
 
요르단전 골문을 지킨 정성룡의 무실점은 표면적으로 우수했다. 정성룡은 브라질월드컵 직후 부침을 겪었으나 대표팀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잘 아는 선수다. 하지만 상대가 요르단이었다는 점에서 이 한 경기만으로 그의 경기력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전반 10분 정성룡은 애매한 위치 선정을 보였다. 수비진이 뚫린 것이 일차적인 원인이었지만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상대 크로스에 제대로 된 대응을 못 했다. 골대를 비울 것이었다면 확실히 공을 잘라냈어야 했다. 그게 아니라면 안정되게 골문을 지켜서고 있어야 했다.
 
정성룡은 두 가지 중 어떤 판단도 하지 못했다. 애매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상대가 크로스를 헤딩슛으로 연결해 공이 골대를 강타하는 순간 정성룡이 할 수 있는 행동은 넘어지며 멍하니 공을 보는 것뿐이었다.
 
◇지난 14일 요르단과 평가전에서 골문을 지킨 정성룡.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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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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