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국내 건설사 최초로 연간 영업이익 '1조원 클럽' 가입이 점쳐졌던 현대건설이 담합 과징금에 발목을 잡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 속에서
현대건설(000720)의 1조원 클럽 가입은 '최초이자 최대'라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있다.
여기에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사진)은 지난 2011년 6월 김중겸 사장의 후임으로 3년 넘게 대표이사직을 맡아왔고, 내년이면 입사 40년이 되는 해이다.
특히
현대차(005380)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한 지 3년이 된 시점으로 정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의 평가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고, 시장 기대치 이상의 실적개선이 필요하다.
때문에 영업이익 1조원 클럽 달성은 현대건설의 외형적 성장은 물론 정 사장 개인에게도 현대차그룹 내 입지를 굳히는데, 큰 힘을 실어 줄 수 있다는 평가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연결기준(IFRS) 현대건설의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17조4493억원, 영업이익은 9962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액의 경우 지난해와 비교해 13조9383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25.2% 증가할 전망이다. 최근 3개월간 증권사에서 발표한 전망치의 평균값을 계산한 것이다.
특히 영업이익은 3개월전 1조316억원으로 장밋빛 전망이 솔솔 나왔지만, 1개월전 9993억원, 최근 9962억원으로 전망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4월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엠코를 흡수 합병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올 상반기 현대건설 매출(7조9934억원)의 27.2%인 2조1759억원을 현대엔지니어링이 책임졌다.
때문에 시장에선 현대건설이 현대엔지니어링 합병 효과를 타고 올해 최초로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할 수 있다는 예측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올해 영업이익 1조원은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6979억원인데,(담합)과징금은 30일 이내에 내야 해 이미 실적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4분기 국내 주택시장 분위기도 좋고, 해외 대형 프로젝트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실적목표 달성이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신시장 개척과 공사종류의 다양화를 통해 해외수주 누적액 1000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1조원달성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가 현대건설 실적에 영향을 미치면서 1조원 클럽 가입을 아쉽게 내년으로 미뤄야 할지 모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1월 국내 대형건설사 올해 입찰담합 과징금 누계 현황.(자료=뉴스토마토)
현대건설은 올해 1월 인천도시철도 2호선 사업(141억원), 3월 대구도시철도 3호선 사업(56억원), 4월 경인운하(134억원), 부산지하철 1호선(48억원), 7월 호남고속철도(598억원), 9월 낙동강하구둑 배수문 증설(78억원) 등에서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현대건설은 이처럼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 받으면서 영업이익에 타격을 받았다.
다만, 내년 전망은 밝다. 지난 4년간 대규모 손실을 일으킨 중동 적자 현장들이 올해로 종료되면서 내년 이익 회복이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특히 UAE 사브, 쿠웨이트 코즈웨이, 베네수엘라 정유 공장 등의 고마진 대형 프로젝트들이 산적해 있고, 국내 주택사업 부문의 경우 9000억원에 달하는 미착공 사업지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잔액이 내년 평택 2곳, 광주 3곳에서 착공되면서 어느 정도 해소될 전망이다.
여기에 국내 주택 미수금 중 상당액이 묶여 골머리를 앓던 강서 현장이 조합과 협의 끝에 입주를 시작한 것도 긍정적이다.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내년 현대건설의 실적은 안정성을 보일 전망"이라면서 "수익성 높은 해외 프로젝트 매출이 본격화되면서 이익이 성장하고, 매출이 20조원에 20%가 넘는 영업이익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