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정부가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 의료기관 설립조건을 완화키로 했다. '외국면허 의사 10%' 기준을 충족해야 외국인 의료기관을 세울 수 있게 한 규정을 폐지하기로한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경자구역 내 외국인 의료기관 설립에 대한 애로사항을 없애고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지만, 아직 국내에 외국인 의료기관 유치실적이 전무한 상황에서 과도한 규제완화라는 지적이 불가피하게 됐다.
20일 보건복지부는 경자구역에서 외국인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절차에 관한 규정들을 삭제 또는 완화하는 내용의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의 개설허가절차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오는 21일부터 12월31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외국인 의료기관을 세울 때 외국 면허 의사·치과의사를 전체의 10%까지 보유하게 한 기준이 삭제된다. 외국인 의료기관 설립 때 진료과목과 병상, 외국 의료진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외국 면허 의사 비율을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다만 외국인 의료기관에 개설한 진료과목 중 내과와 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등에서는 1명 이상의 외국 면허 의사를 두게 한 규정은 유효하게 적용된다.
또 외국인 의료기관에서 '진료와 관련된 의사결정기구'를 구성할 때 구성원의 절반 이상을 외국 면허 의사로 두게 하는 규정도 완화된다. 앞으로는 의료기관에 소속된 외국 면허 의사·치과의사를 포함해 7명 이상만 모이면 의사결정기구를 만들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시행규칙 개정으로 경자구역에서 외국인 의료기관을 개설할 때 생기는 문제점들이 많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과 관련해 아직 국내에 외국인 의료기관을 유치하거나 운영한 경험도 없는 상태에서 투자확대만 바라고 과도한 규제완화를 추진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원격의료 활성화와 의료법인의 자법인 설립허가에 이은 또 다른 의료민영화"라며 "투자개방형 병원을 유치한다고 서두르다 중국 싼얼병원 측에 국제 사기까지 당하더니 또다시 성급한 투자활성화에 나서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싼얼병원은 국내 1호의 투자개방형 병원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실제로는 중국의 모그룹이 이미 1년 전에 부도가 났고 대표자는 사기혐의로 구속된 상태였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사실도 모른 채 싼얼병원을 제주도에 유치하는 보건·의료산업 투자활성화를 추진했었다.
의료연대 관계자는 "정부가 외국인 의료기관의 건전성을 보장할 최소한의 기준까지 없앴다"며 "부실 의료기관이 난립하고 이름만 외국인 의료기관인 곳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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