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겨울' 위한 서울과 성남의 FA컵 우승 도전

입력 : 2014-11-21 오후 1:26:07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FC서울과 성남FC가 단번에 한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는 매력적인 승부를 펼친다.
 
서울과 성남은 오는 23일 오후 2시15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14 하나은행 FA컵 결승전에서 맞붙는다.
 
대한축구협회가 매년 개최하는 FA컵은 프로와 아마추어를 막론하고 국내 최고의 축구팀을 가리는 대회다.
 
우승팀은 상금 2억원과 내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티켓을 동시에 차지할 수 있다. "FA컵 우승은 리그 우승 못지않게 얻는 게 많다"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적지 않은 상금에 내년 ACL 진출을 통한 홍보 효과를 생각하면 각 팀은 비교적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다.
 
특히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우승팀이 전북현대로 결정된 상황에서 서울과 성남은 더욱 FA컵 우승이 간절하다.
 
◇FC서울의 김진규, 최용수 감독과 성남FC의 김학범, 박진포(왼쪽부터). ⓒNews1
 
◇첫째도 둘째도 ACL
 
서울에게 FA컵 우승은 내년 ACL 열망으로 가득 차 있다. 최용수(41) 감독은 올 시즌 내내 "목표는 ACL 우승"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4강에서 웨스턴시드니(호주)에 패하자 목표를 FA컵 우승으로 수정했다. 지난해 결승에서 광저우에버그란데(중국)에게 우승컵을 내준 아쉬움이 크기 때문이다.
 
서울은 현재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스플릿라운드에서 그룹A(1~6위)에 들어있다. 하지만 내년 ACL 티켓의 마지노선인 3위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4위(승점54)에 올라있는 서울이 남은 두 경기에서 3위 포항(승점57)과의 격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실적으로 FA컵 우승을 차지하면서 단번에 ACL 티켓을 차지하는 게 가장 완벽한 시나리오다.
 
성남도 ACL 티켓이 탐나긴 마찬가지다. 1995년과 2010년에 아시아 정상에 올랐던 명문이라는 자존심이 있다. 성남은 올 시즌 시민 구단으로 탈바꿈했지만 자존심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팀다.
 
김학범(51) 감독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최용수 감독을 향해 "별(우승 횟수)이 몇 개지?"라고 농담을 던지며 전통의 강호임을 강조했다. 성남은 K리그 우승만 7번을 맛봤다.
 
다만 올 시즌 성남은 스플릿라운드 그룹B(7∼12위)에서 헤매고 있다. 11위(승점 34)로 꼴찌 상주상무(승점 31)보다 한 계단 높을 뿐이다. 어떻게든 10위 안에 들어야 챌린지(2부 리그) 최종 2위와의 승강 플레이오프를 피할 수 있다. 시민 구단으로서의 재정적 압박과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두 마리 토끼를 위해선 FA컵 우승이 절실하다.
 
◇FC서울 선수단. ⓒNews1
 
◇서울의 패기와 성남의 경험
 
서울은 안양LG시절이던 1998년 우승 이후 두 번째 정상에 도전한다. 이번에 우승하면 서울 연고 이전 이후 최초의 FA컵 우승이라는 명분도 얻을 수 있다.
 
서울은 최용수 감독의 젊은 지도력과 최근 몇 년간 강팀으로 거듭난 선수들의 자신감이 강점이다.
 
최용수 감독은 "16년이란 긴 시간동안 FA컵과 인연이 없었다.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홈팬들의 열렬한 지지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비수 김진규는 "선수들이 감독님의 전술에 잘 따라준다면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희는 홈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신 있게 경기장에 들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성남의 경험도 만만치 않다. 베테랑 지도자인 김학범 감독과 박진포는 경험을 강조했다.
 
김학범 감독은 "많은 분이 99대1로 서울의 우승을 생각하겠지만 제 생각은 다르다"며 "저희 선수들의 끈끈함과 성남 시민들의 응원을 믿는다"고 자신했다.
 
오른쪽 풀백 박진포는 "저희에겐 '학범슨(김학범 감독 별명)'이 있다"고 반박했다.
 
성남은 천안일화 시절이던 1999년까지 포함하면 통산 3번째 FA컵 우승을 꿈꾼다. 여기에 1997년, 2000년, 2009년에 준우승도 차지했다. 2002년에는 공동 3위에도 올랐다.
 
특히 서울과 성남의 상대 전적이 눈에 띈다. 역대 FA컵에서 두 팀은 두 번 맞붙었는데 결과는 모두 성남의 승이었다.
 
지난 1999년 11월19일 제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4강에서 천안일화는 안양LG를 2-1로 꺾었다. 지난 2000년 11월30일 울산공설운동장에서 열린 8강전에서도 성남일화가 3-2로 안양LG를 제쳤다.
 
흥미로운 점은 이날 경기에서 성남의 수석 코치는 김학범 감독이었다. 당시 안양 선수이던 최용수 감독은 이전해 FA컵 득점왕(5골)까지 거머쥐며 상승세를 탔으나 이날 성남에 지고 말았다.
 
◇성남FC 선수단.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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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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