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20년만에 파업 돌입..정상화까지 난항 예고

입력 : 2014-11-27 오후 2:49:20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현대중공업(009540) 노조가 지난 1994년 이후 20년 만에 파업에 돌입했다. 올해 임금인상 등 임단협을 두고 갈등이 고조된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50여 차례의 교섭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결국 파업의 길로 들어섰다. 이로써 지난 19년간 지켜온 무분규 기록은 깨지게 됐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7일 오후 12시30분 울산 조선소에서 파업출정식을 열고 오후 1시부터 4시간 동안 부분파업에 나섰다.
 
노조 측에 따르면 이날 부분파업에는 특수선 사업부(방산물자 생산 조합원) 등을 제외하고 울산 조선소에서 근무하는 3000여명의 조합원이 참석했다. 노조는 이날 4시간 부분파업에 이어 오는 28일 쟁의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추후 교섭 및 투쟁 계획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측은 “올해 대규모 적자로 사측이 제시한 것 외에 추가적인 임금인상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노조와의 교섭에는 계속 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측에서는 노조 파업 시 하루 1030억원의 매출 손실과 160억원의 고정비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사측은 지난 19일 노조의 파업이 불법이라며 울산지법에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결과는 다음달이나 돼야 나올 것으로 보여 당분간 노조의 파업을 제지할 마땅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노사 양측은 파업 전날인 26일에도 교섭을 진행했지만 여전히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쟁점은 임금인상 문제다. 노조는 임단협 초기부터 꾸준히 ▲임금 13만2013원(기본급 대비 6.51%) 인상 ▲성과금 250%+α ▲호봉승급분 2만3000원을 5만원으로 인상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등의 요구안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3조원이 넘는 대규모 적자와 신규수주 감소 등 경영환경 악화로 노조 측 요구를 들어주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지난 5일 노조 측에 ▲기본급 3만7000원(호봉승급분 2만3000원 포함) 인상 ▲격려금 100%+300만원 지급 등의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거부당했다. 이후 노조는 사측에 추가 임금인상안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더 이상 제시할 것이 없다고 맞섰다.
 
26일에는 권오갑 사장이 “회사는 더 이상의 임금인상은 제시할 수 없다”며 “회사가 경쟁력을 회복하고 정상화돼 이익을 많이 내면 그만큼 보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 사장은 또 "회사가 제시한 임금인상안을 보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전체적으로 12.6%의 임금이 올라가게 되고 100%+300만원의 격려금도 지급된다"며 "이것만 해도 많은 인건비 부담이 있지만 노조는 더 많은 것을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사실상 노조를 향한 최후통첩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노조도 더 이상 교섭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건 없다며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파업을 독려하고 나섰다.
 
임단협을 놓고 노사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사측이 과장급 이상 5000여명을 대상으로 연봉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이 또한 노사관계 정상화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 3분기 3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고 신규수주 부진 등 실적악화와 대외신용등급 하락 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고강도 개혁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임원 30% 감축에 이어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한 현대중공업은 이달 11일 연봉제 도입을 발표하고 현재 전국 사업장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측은 차등 성과체계를 도입해 경쟁을 유도한다는 계획인데, 노조 측에서는 전체 인건비를 낮추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 노조는 지난 17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회사는 당연히 지급해야 할 상여금을 회사의 입맛대로 5등급으로 나눠 지급하려 한다”며 “이 제도는 개인 성적, 사업부 성적, 조직 기여도 등을 기준으로 등급을 나누는 만큼 조직 내에 위화감을 조성하는 등 사기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사측은 고강도 개혁작업과 함께 재무구조개선 및 자금 조달을 위해 현대중공업그룹 내 조선3사가 보유한 주식을 연이어 매도하고 있다.
 
지난 19일 현대미포조선은 보유하고 있던 포스코 주식 전량(87만2000주)을 매각한 데 이어 20일 현대삼호중공업도 KCC 주식 80만3000주를 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했다.
 
26일에는 현대중공업이 한전기술 지분 179만2220주를 매각해 현대중공업그룹 조선3사는 총 8000억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했다.
 
◇지난 19일 서울 계동에 위치한 현대중공업 서울사무소 앞에서 현대중공업 노조가 상경투쟁을 벌이고 있다.(사진제공=현대중공업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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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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