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댓글女' 증거인멸 경찰관, 항소심서 석방

입력 : 2014-11-28 오후 3:04:19
[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국정원 여직원 수사외압' 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수사를 방해하고자 증거를 인멸해 1심에서 실형을 받은 현직 경찰관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부(재판장 성수제 부장)는 28일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된 박모(36) 경감에게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9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권은의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수사외압 폭로 등 일련의 모든 과정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전임자에게서 인계받은 업무용 PC에 저장된 국정원 여직원 문건을 일괄 삭제했다"며 증거인멸의 고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증거인멸한 파일이 불특정 돼 있다는 박 경감의 주장에 대해 "인멸한 증거를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범죄가 성립한다면, 증거인멸에 성공했거나 이를 복구하지 못하면 증거인멸죄는 항상 성립하지 않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파일을 삭제한 시간이 확인 안 되고, 삭제된 파일은 손쉽게 복구할 수 있다는 박 경감의 항소이유 역시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양형이유에서 "증거인멸행위는 국가의 형사사법 기능을 방해하는 것으로서 죄책이 가볍지 않고, 당시 피고인은 사법기능을 잘 알고 있는 지위와 직책에서 증거인멸을 한 점 등에 비춰 비난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증거인멸 프로그램을 실행한 시간이 길지 않고, 계획적·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징역형이 확정되면 경찰공무원의 지위와 명예를 잃게되는 데 비춰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고 덧붙였다.
 
박 경감은 지난해 5월20일 검찰이 서울지방경찰청을 압수수색하기 앞선 3월과 4월, 5월 세 차례에 걸쳐 전임자의 업무용 PC에서 국정원 여직원과 관련한 문건을 삭제해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9월에 처해졌다.
 
◇서울중앙지법(사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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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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