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공직선거법 위반 무죄, 국정원법 위반 유죄' 선고에 불복해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원세훈(63) 전 국가정보원장의 공판에서 증거물들에 대한 증거 능력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김상환 부장)는 14일 원 전 국정원장 외 2명에 대한 첫 공판기일에서 국정원 심리전단 여직원 김모씨(29) 컴퓨터에서 찾은 메모장 파일을 적합한 증거로 인정할 수 있느냐에 대한 날선 공방이 오갔다.
앞서 검찰이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김씨의 데스크톱과 노트북을 압수했다. 이후 삭제된 파일을 복원한 결과 수십개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나왔고, 활동 내역에 여러개의 URL 주소가 발견됐다.
원 전 원장은 김씨가 제출한 증거는 컴퓨터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정보의 일부인데 검찰이 전체를 봤다며 증거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을 견지했다.
원 전 원장 측은 "압수수색 영장이 제출될 경우 압수 대상이 한정되기 때문에 해당 내용과 무관한 내용을 볼 수 없다"면서 "검찰은 영장 없이 임의제출을 통해 모든 정보를 봤다"고 꼬집었다.
이어 "(허용하지 않은 부분까지)보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지만 국정원에서 제한한 내용이 있으면 그 부분을 제외하고 수사 해야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검찰은 "임의 제출물에 대해 수사할 때 어떤 것을 증거로 선택할지에 대한 판단은 수사기관이 하는 것"이라며 "수사를 할 때 전체 내용을 다 봐야 어떤 정보를 취할지 정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그러자 원 전 원장 측은 제출 과정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원 전 원장의 변호인은 "김씨를 강박 상태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원 전 원장이 제출을 지시한 것"이라며 "오죽했으면 그런 결정을 했을까라는 점을 생각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제출 당시 국정원은 김씨가 컴퓨터를 주지 않을 경우 선거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서 자발적으로 제출하기로 한 것"이라며 "강박에 의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격했다.
이날 빅데이터업체가 제공한 트위터 정보와 다음 아고라 글 등의 증거능력에 대한 논쟁도 이어졌다.
검찰은 "트위터 정보는 약관에 따라 수집, 처리 등을 포괄적·묵시적으로 동의한 공개된 정보이므로 개인정보가 아니다"라는 입장인 반면, 원 전 원장 측은 "압수수색 영장이 없는 상태에서 수집한 정보를 기반으로 수사한 것이므로 증거 능력이 없다"고 맞섰다.
다음 공판은 오는 21일 오후 2시에 진행된다. 재판부는 매주 금요일 재판을 진행해 내년 2월까지 심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원심에서 원 전 원장은 국가정보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았다. 국정원법 위반혐의는 유죄가 됐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나왔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종명 전 3차장과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도 국가정보원법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이에 검찰은 공직선거법 위반 무죄를 선고한 것과 유죄로 인정된 국정원법 위반에 대해 양형이 가볍다며 항소했다. 원 전 원장측은 유죄 부분인 국정원법 위반에 대해서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를 제기했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