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서지명기자]
우리은행(000030) 매각을 위한 정부의 네번째 도전도 실패로 돌아갔다. 1개의 투자자만 예비입찰에 참여하면서 우리은행 경영권 매각이 결국 무산됐다. 소수지분 매입에는 다수의 경쟁자가 참여하면서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수지분 매각이 성공하더라도 경영권 매각이 무산되면서 우리은행 민영화 지연에 따른 금융당국 책임론이 확산될 전망이다.
◇27일 오후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News1
◇유효경쟁 성립안돼..경영권 지분 매각 원점으로
28일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까지 우리은행 경영권 지분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제안서를 접수한 결과 중국계 안방보험 1개의 투자자만 예비입찰 제안서를 제출했다.
유력한 후보로 꼽히던 교보생명이 결국 우리은행 경영권 인수 예비입찰 참여를 포기하면서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아 자동적으로 무산됐다. 정부는 예보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 56.97% 중 경영권이 주어지는 지분(30%)을 일괄 매각하기로 했지만 1곳만 예비입찰에 나서게 되면 경쟁입찰 자체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은 지난 18일 정기이사회를 열고 우리은행 예비입찰 참여를 위한 가격범위, 수량범위 등 가이드라인을 결정했지만 참여여부와 구체적인 가격 및 수량에 대해서는 결론 내리지 못했다. 이후 지난 25일 열린 경영위원회에서도 결론을 미뤘다. 예비입찰 마감일인 이날 오후까지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참여하지 않은 쪽으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소수지분 매입은 흥행 전망
우리은행 소수지분 입찰은 흥행의 조짐이 보인다.
소수지분 매각대상은 26.97% 중 향후 콜옵션(낙찰받는 주식 1주당 0.5주 주식을 추가로 매입할 수 있는 권리) 행사에 응하기 위해 예보가 보유하는 8.99%를 제외한 물량 17.98%다.
예보에 따르면 소수지분 입찰에 콜옵션 행사분을 제외하고 총 23.76% 물량이 접수됐다. 이는 매각대상 지분의 132%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입찰은 희망수량경쟁입찰 방식으로 이뤄진다. 높은 주당 가격을 제시한 입찰자 순으로 각자 희망하는 물량을 배분하게 된다. 입찰자는 매수를 희망하는 우리은행 주식수와 주당 가격을 기재해 입찰하고, 예보는 낙찰물량의 2분의 1 규모의 콜옵션을 부여한다.
개별 입찰자 기준으로 최소 0.4%(약 250만주) 이상, 최대 10%(약 6760만주) 이하 범위 내에서 입찰 가능하다. 동일한 입찰자가 복수의 가격으로 여러 건의 입찰서를 제출하는 복수입찰은 가능하다.
예보 관계자는 "소수지분의 경우 예정가격 이상을 제시한 입찰자를 대상으로 낙찰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므로 최종 낙찰물량은 이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내달초 낙찰자를 선정하고 연말까지 거래대금 수취와 주식교부를 완료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책임론 '확산'..머릿속 '복잡'
우리은행 민영화 작업이 또 다시 해를 넘기게 되면서 금융당국 책임론이 확산될 전망이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명분때문에 너무 시간을 지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직을 걸고 우리금융 민영화를 완성하겠다"며 공언한 바 있어 또 다시 우리은행 경영권 지분 매각이 무산됨에 따라 적잖은 부담을 안게 됐다.
내년에 또 다시 경영권 지분 매각을 시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 지분을 쪼개 소수지분으로 재매각하는 방식 등이 거론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향후 일정이나 매각 방식 등에 대해서는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다"며 "추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