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윤경기자]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일본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아베 신조(사진) 총리의 경제 정책, 이른바 '아베노믹스'에 대한 의구심이 한층 더 높아졌다.
1일 무디스는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을 'Aa3'에서 'A1'로 한 단계 강등했다. 일본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된 것은 지난 2011년 8월24일 이후 처음이다.
이로써 일본 신용등급은 이스라엘, 체코, 오만과 같은 수준으로 떨어지게 됐다. 사상 처음으로 한국보다 한 단계 아래로 밀려나게 된 것이다.
무디스는 등급 강등의 배경으로 일본 정부의 부채 감축 목표 이행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점을 꼽았다. 아베 총리가 2차 소비세 인상(8→10%) 시기를 연기하면서 재정 건전성 회복이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무디스는 "일본이 부채를 감당할 여력이 있을지, 또 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평가했다.
무디스의 이번 행보는 아베노믹스에 대한 경고로 해석되기도 한다. 실제로 무디스는 아베노믹스의 성공을 확신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아사히신문도 "아베노믹스의 3번째 화살로 불리는 '성장전략'에 물음표가 붙었다"고 평가했다.
아베 내각은 일본 경제의 불황 탈출을 목표로 아베노믹스를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의 일환으로 일본은행(BOJ)이 질적·양적 통화완화책을 통해 일본 경제에 돈을 풀기도 했다.
하지만 아베노믹스는 이미 1000조엔을 돌파한 일본의 국가 부채를 불어나게 하는 후폭풍을 몰고 왔다. 이에 아베 총리가 지난 4월 1차 소비세 인상(5→8%)이라는 극단의 조치를 취했지만, 일본 경제가 이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3분기 일본 국내총생산(GDP)은 연율 기준으로 1.6% 감소해 2개 분기 연속 역성장을 이어갔다.
이번 무디스의 결정은 다른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하향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가진다. 앞서 또 다른 신용평가사 피치도 아베 내각의 증세 연기 결정과 관련해 "올 연말 일본의 신용등급을 다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일본 신용등급과 등급 전망을 AA-, 부정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일본 정치권 역시 신용등급 하락 여파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오는 14일로 예정된 중의원 선거에서 여당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앞서 아베 총리는 아베노믹스에 대한 신임을 묻기 위해 지난달 21일 중의원을 해산한 뒤 이달 조기 총선을 단행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오가타 가즈히코 크레디트아그리콜 이코노미스트는 "등급 강등은 일본 유권자들에게 불안한 재정 상황이 극으로 치닫고 있는 것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는 경제를 살리고 재정 상태를 개선시키려는 아베 총리의 노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